효율성의 재정의
케데헌 프리퀄 프로젝트에서 나는 10만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244달러로 완성했다. 이 경험은 단순한 비용 절감의 문제가 아니었다. 예전에는 팀이 맡아야 했던 작업을 개인 한 명이 수행해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사건이었다. 전통적 효율성이 '더 빠르게, 더 많이'라는 양적 개념이었다면, AI 시대의 효율성은 '더 적은 자원으로, 더 큰 임팩트'를 의미한다.
하지만 기존 조직 안에서는 이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 팀, 예산, 일정이 주어지는 환경에서는 오래된 방식도 어느 정도 작동한다. 내게 변화의 순간은 2023년 8월, 옥소폴리틱스에서 마지막 직원까지 해고하고 나 혼자 남았을 때였다. 해야 할 일은 그대로였지만, 그 일을 감당할 사람은 나뿐이었다. 선택지는 포기하거나,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일하거나였다.
그날 이후 나는 업무 전체를 AI 중심으로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혼자서 7개 기업을 동시에 컨설팅하고, 한 달에 10개 프로젝트를 병렬로 운영하는 삶이 가능해졌다. 효율의 본질은 더 많이가 아니라 더 잘, 더 빠르게가 아니라 더 전략적으로 일하는 데 있다. AI가 이미 곁에 있는 지금, 누구나 효율의 재정의를 시작할 수 있다.
슈퍼휴먼의 세 가지 원리
AI 시대에 뛰어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하루 24시간이라는 절대적인 시간 규칙을 깨지 않는다. 대신, '일하는 방식'이라는 규칙을 다시 설정한다. 그 원리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완성도 대신 임팩트를 선택하는 레버리지 전략이다. 둘째는 여러 분야의 기초 지식을 얕고 촘촘하게 쌓는 빗살무늬형 지식 구조다. 셋째는 여러 AI 도구를 조율해 일관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레이션 스킬이다.
1. 레버리지: 완성도보다 임팩트
어떤 작업의 80%를 AI와 함께 10분 만에 완성할 수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남은 20%를 다듬느라 9시간을 쓴다. 하지만 슈퍼휴먼은 완전히 다른 결정을 내린다. 그 80%짜리 결과물을 여러 개 만든다. 실제로 나는 한 달 동안 10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해본 적이 있다. 각 프로젝트에서 내가 보기엔 80점 수준의 초안을 제출했지만, 고객들은 대부분 만족했고 실행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내가 애착을 가졌던 '마지막 20%'는 고객 입장에서는 굳이 필요 없는, 오히려 과잉인 디테일이었다.
이 접근의 핵심은 간단하다. 완벽을 향한 집착은 성과를 되레 갉아먹는다. 완벽한 한 개보다 충분히 괜찮은 열 개가 더 큰 임팩트를 만든다. 이 전략은 콘텐츠뿐 아니라 모든 프로젝트에서 통한다. 핵심은 "이 결과물이 실제로 실행 가능한가"라는 질문이다. 그 기준을 충족한다면, 나머지 디테일은 대부분 자기만족에 가깝다.
2. 빗살무늬형 지식: 얕고 넓게 연결된 기초
우리는 오랫동안 "T자형 인재"를 이상적인 모델로 여겨왔다. 하나의 분야에 깊게 파고들고, 주변에 몇 개의 얕은 지식을 쌓는 형태다. 그러나 AI 시대의 슈퍼휴먼은 여러 분야의 지식을 직선적으로 확장하지 않는다. 대신 100개 분야에 각 5% 기초 지식을 쌓는다. 나는 이를 '빗살무늬형'이라고 부른다. 빗을 옆에서 본 것처럼, 많은 분야의 기초적 개념을 얕게, 그러나 촘촘하게 연결해두는 것이다.
이 구조의 핵심은 아주 단순하다. 아예 모르면 AI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하지만 5%의 기초만 알아도 AI가 나머지 95%를 채워준다. 엔지니어링 기초만 알아도 앱을 개발할 수 있고, 디자인 원칙만 알아도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고, 기계공학 개념만 알아도 제품을 설계할 수 있다. 의학 기본 지식으로 헬스케어 솔루션을 만들고, 법학 기초로 리걸테크 플랫폼을 구축하고, 기초 경영학 개념으로 전략 컨설팅을 한다. 각 분야 5% 기초 지식에 AI 95% 실행력을 곱하면 크로스 도메인 혁신이 나온다. 전문성은 하나여도 실행 범위는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
3. 오케스트레이션: 지휘자로 일하는 방식
AI 시대의 핵심 능력은 AI를 직접 다루는 것이 아니라 조율하는 것이다. 여러 AI를 연결해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Claude로 전략 문서를 작성하고, Midjourney로 비주얼을 생성하고, Gamma로 프레젠테이션을 제작한다. 각 도구의 출력이 다음 도구의 입력이 되도록 파이프라인을 설계한다. 이 스킬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매일 AI와 협업하면서 조금씩 익숙해지고, 결국 AI를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된다.
오케스트레이션의 핵심에는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이 있다. AI에게 단순히 '보고서를 써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목적, 타깃, 기준을 구조적으로 설명하는 능력이다. 이어서 복잡한 문제를 모듈 단위로 분해해 병렬로 처리하는 시스템 사고, 서로 다른 AI 도구를 파이프라인처럼 연결하는 멀티모달 오케스트레이션,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증하는 품질 관리가 뒤따른다.
AI한테 먼저 물어보면서 하세요
김진실 매니저에게 Product Engineer 포지션을 제안하면서 내가 했던 말이다. "모르는 게 나올 때 저에게 물어보지 말고, 먼저 AI한테 물어보면서 진행해보세요. AI와 함께 스스로 학습해가면 금방 적응하실 거예요."
슈퍼휴먼 방식으로 일하다 보니, 나는 한 주에 베타 버전 앱을 세 개씩 만들게 되었다. 출시를 앞둔 서비스, 이미 베타에 들어간 서비스, 만들다가 중단한 실험적 서비스들까지 너무 많은 것을 동시에 만들고 운영하다 보니 결국 한계가 왔다. 그래서 나와 동일한 속도로 움직일 또 다른 슈퍼휴먼이 필요했다.
Product Engineer는 프로덕트 기획부터 UX 디자인, AI와 협업한 프로덕트 구현, 프로젝트 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스스로 정의하고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역할이 전통적 의미의 '엔지니어'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무엇을 만들지 정의하는 능력과 AI를 활용한 자기학습 능력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Product Manager 출신을 컨택했고, 단 이틀의 교육으로 PM을 Product Engineer로 전환시켰다.
PM을 Engineer로, 이틀간의 온보딩
엔지니어링 배경이 전혀 없는 김진실 매니저에게 엔지니어링을 가르쳐주기로 했다. 물론 컴퓨터 공학 4년 과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AI 부트캠프 6개월 과정을 가르치는 것도 아니다. 바이브 코딩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을 만큼만 가르쳐 주었다. 오히려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그 지식의 깊이가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하는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첫째 날 오전에는 터미널 기초를 가르쳤다. 현재 위치를 확인하는 pwd, 폴더를 이동하는 cd, 폴더를 만드는 mkdir, 목록을 보는 ls. 이 네 가지 명령어면 충분했다. 오후에는 개발 환경을 설정했다. Git, Node.js, VS Code를 설치하고, 데스크톱에 workspace 폴더를 만들어 모든 프로젝트를 한곳에서 관리하도록 했다.
둘째 날 오전에는 Claude Code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설치부터 기본 사용법, CLAUDE.md 파일 작성법, AI에게 컨텍스트를 주는 방법까지. 오후에는 바로 실제 프로젝트에 투입했다. "모르는 거 나오면 저한테 물어보지 말고, AI한테 먼저 물어보면서 진행해보세요."
이게 전부였다. 이틀 후 김진실 매니저는 실제 프로젝트에서 코드를 수정하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버그를 고치기 시작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AI와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핵심은 "AI한테 먼저 물어봐"라는 한 문장이었다. 모르는 게 나올 때마다 나에게 물어보는 게 아니라, AI에게 먼저 물어보고, 이해가 안 되면 다시 AI에게 물어보고, 그래도 안 되면 그때 나에게 오라고 했다. 나에게 오는 질문은 거의 없었다.
AI와 협업하는 최소한의 인터페이스
이틀간의 온보딩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무엇을 가르칠지가 아니라 무엇을 안 가르칠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가르친 것은 터미널 기본 명령어 4개, Git의 개념, Claude Code 설치와 사용법, CLAUDE.md로 컨텍스트 주는 법, 그리고 "막히면 AI한테 물어봐"라는 마인드셋이었다.
안 가르친 것은 프로그래밍 언어 문법, 자료구조, 알고리즘, 컴퓨터 구조,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 이론, 소프트웨어 공학 방법론이었다. 왜 안 가르쳤을까? AI가 다 해주니까.
JavaScript 문법을 몰라도 된다. AI에게 "이 버튼 클릭하면 모달 뜨게 해줘"라고 하면 AI가 코드를 써준다. 자료구조를 몰라도 된다. "이 데이터를 날짜순으로 정렬해줘"라고 하면 AI가 알아서 한다. 데이터베이스 이론을 몰라도 된다. "사용자 정보 저장하고 불러오는 기능 만들어줘"라고 하면 Firebase 연동까지 AI가 해준다.
그렇다면 2일 동안 가르친 것들은 왜 필요했을까? 터미널 명령어 4개는 AI와 소통하는 언어였다. AI가 "터미널에서 npm install 실행하세요"라고 할 때 터미널이 뭔지 모르면 멈춘다. Git은 협업의 기본 문법이었다. 내가 만든 코드와 그녀가 만든 코드를 합치려면 Git이 필요하다. Claude Code는 AI를 부리는 도구였다. ChatGPT 웹에서 코드 복사해서 붙여넣기 하는 것과 Claude Code로 바로 코드가 수정되는 것은 생산성에서 10배 차이가 난다.
결국 가르친 것은 "AI와 협업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터페이스"였다. 프로그래밍을 가르친 게 아니라 AI 프로그래머와 일하는 법을 가르친 것이다.
어느 기획자의 질문
기업 AI 전환 특강에서 한 기획자가 질문했다. "바이브 코딩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했는데, 백엔드를 모르니까 뭘 시켜야 할지조차 몰랐어요. 공부를 해야 할까요, 아니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할까요?"
AI와 대화하려면 최소한의 언어가 필요하다.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자가 아는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다. 부트캠프 수료생이 아는 정도도 필요 없다. 하지만 바이브 코딩을 하려면 기초는 알아야 한다. 깃허브가 뭔지, 백엔드가 어떤 역할인지, 10만 명이 쓰는 앱을 만들려면 어떤 고려가 필요한지.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나는 원래 디자인을 전혀 몰랐다. 백엔드 엔지니어였으니까. 하지만 디자인 책을 사서 첫 30페이지만 읽었다. 그랬더니 AI와 디자인 용어로 대화할 수 있게 됐다. 얼라인먼트, 픽셀, 코너 래디우스. 이런 단어로 AI에게 지시하니까 결과물의 품질이 올라갔다. 이만큼은 알아야 하고, 이만큼 이상은 알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왔다.
새로운 역량의 기준
2022년 11월 ChatGPT가 나왔을 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나는 영문과를 나와 실리콘밸리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다만 다른 사람의 코드를 꼼꼼하게 읽고 피드백하는 일은 늘 어려웠다. 이후 창업을 하면서는 법무, 재무, 세무까지 혼자 감당해야 했다. 그런데 AI가 내가 잘 못하던 것들을 채워주기 시작했다. 코드 리뷰도, 법무·재무·세무 기본 지식도 다 가르쳐주었다.
AI 시대에 인재 기준이 뒤집혔다. 과거에는 10년 경력 시니어 엔지니어, 컴공 석사, 알고리즘 대회 수상이 좋은 인재의 기준이었다. 현재는 이틀 교육받은 비전공자가 AI와 함께 같은 일을 해낸다. 문과 출신 PM이 이틀 만에 코드를 만지기 시작했다. 10년 전의 나보다 지금의 김진실 매니저가 더 빠르게 배우고 있다. AI가 있으니까.
그렇다면 이제 어떤 역량을 길러야 할까? 첫째, 학습 민첩성이다. 새로운 도구를 30분 안에 파악해서 활용할 수 있는 능력. 특정 도구를 완벽히 아는 것보다 처음 보는 도구를 빠르게 익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둘째, "AI한테 먼저 물어보는" 습관이다. 막히면 사람에게 바로 물어보는 게 아니라 AI에게 먼저 물어본다. 이 습관 하나가 학습 속도를 10배로 만든다. 모르는 게 나올 때마다 사람을 기다릴 필요가 없으니까. 셋째, 돌파력이다. 완벽한 지식이 아니라 "일단 해보고 부딪히는" 태도. AI가 틀린 답을 줄 때도 있다. 그때 "AI가 틀렸네, 못 쓰겠다"가 아니라 "다시 물어보자, 다르게 물어보자"로 간다. 프롬프트를 15번 바꿔가며 결국 문제를 해결한다.
경력 10년보다 지난 1년간 무엇을 배웠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화려한 이력서보다 "직접 만들어본 경험"이 더 중요해졌다. 혼자 잘하는 것보다 AI와 함께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커리어 재설계 로드맵
3단계 전환 프로세스
이제 이런 원리를 자신의 커리어에 적용해볼 차례다. 첫 단계는 레버리지 포인트를 찾는 일이다. 자신이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작업들을 적고, 각 작업의 핵심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해 AI가 대체하거나 보조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다. 이 지점이 효율 혁신의 출발점이다.
두 번째 단계는 기존 전문 분야 바깥에서 관심 있는 주제를 찾아 기초 개념을 짧은 기간 동안 빠르게 훑어보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새로운 분야가 '모르는 영역'에서 '해볼 수 있는 영역'으로 전환된다. 마지막 단계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여러 AI 태스크로 분해해 조율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각 단계별로 품질을 검증할 기준을 마련하고, 80% 완성도를 기준으로 프로젝트를 확장하는 방식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자가진단
스스로가 이미 슈퍼휴먼으로 전환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AI에게 일을 맡겼을 때 원하는 수준의 결과물이 나오는지, 여러 도메인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해본 경험이 있는지, 완벽주의보다 임팩트를 우선하는지, 새로운 분야를 배울 때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앞서는지 살펴보면 된다.
이 중 3개 이상 해당되면 슈퍼휴먼 초급이다. 5개 이상이면 중급이다. 전부 해당된다면 당신은 이미 현업 슈퍼휴먼이다. 효율 혁신은 숫자가 아니라 사고방식이다. "개인 한 명이 팀 전체를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 그리고 AI와 함께 만들어낼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다.
미션을 찾고, 지금 시작하기
전략, 원리, 도구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다. 나는 왜 슈퍼휴먼이 되려 하는가? 더 많이 벌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더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 능력을 어디에 쓰고 싶은가이다.
나는 더 많은 사람을 돕기 위해 AI를 배웠고, 그 과정에서 슈퍼휴먼이 되었다. 당신에게는 어떤 미션이 있는가? 누구를 돕고 싶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가? 그 미션이 명확해질 때 슈퍼휴먼이라는 능력은 방향을 얻는다. 효율은 도구이고 미션은 나침반이다. 도구가 없으면 느리지만, 나침반이 없으면 방향을 잃는다.
이 장을 읽고 끝내지 않기 위해서는 2주짜리 실험이 필요하다. 첫 며칠은 자신이 하는 일들을 정리하고, 그중 AI가 대부분 도울 수 있는 작업을 골라본다. 다음에는 그중 하나를 선택해 AI와 함께 끝까지 완성해보는 것이다. 이어서 새로운 관심 분야의 기초를 빠르게 훑고, 마지막에는 본업과 새로 배운 영역을 조합한 작은 프로젝트를 만들어본다. 이 2주 동안의 목표는 완벽한 결과물이 아니라 관점의 전환이다.
오늘부터 첫 단계를 시작해보라. 6개월 뒤 이 장을 다시 읽을 때, 당신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을지 모른다. "나 혼자서도 해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