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사고방식의 전환: 저항에서 협력으로

조직 구성원들의 마인드셋 변화를 이끄는 전략

저항: 왜 우리는 변하지 못하는가

2024년 여름, 한 스타트업 대표가 내게 고민을 털어놨다. "직원들이 AI를 너무 두려워해요. 자기 일자리를 뺏길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나는 물었다. "그 직원들, AI 써봤어요?" "아뇨, 별로 안 써본 거 같아요." "그럼 두려움의 정체도 모르는 거네요." AI 앞에서 작아지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AI를 실제로 써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막연한 두려움은 무지에서 온다. 반대로 AI를 능숙하게 쓰는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감이 넘친다. AI가 자신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증폭시킨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도 처음에는 AI를 사용하는 것에 묘한 죄책감을 느꼈다. AI가 작성한 보고서로 클라이언트에게 호평을 받을 때면, 마치 부정행위를 한 것처럼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이게 정말 내 실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불편함의 정체는 오해였다. 우리는 오랫동안 '내 손으로 직접 하는 것'을 실력이라 믿어왔다. 하지만 엑셀을 쓴다고 해서 수학 실력이 없다고 비난하지 않는다. AI는 내 실력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더 큰 일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파트너다.

AI 전환 컨설팅을 하다 보면 많은 리더들이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도구는 다 사줬는데, 직원들이 생각보다 AI를 잘 안 써요." "교육도 했고 매뉴얼도 만들었는데, 실제 업무에서는 거의 활용이 안 됩니다." 표면적으로는 기술을 익히는 데 시간이 걸려서, 혹은 도구가 복잡해서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야기를 더 깊이 들어보면 늘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AI 도입에 대한 조직 내 저항은 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존재 가치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AI가 내 일을 대신할까 봐 걱정된다"는 말 뒤에는 "내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사람이 될까 봐"라는 깊은 심리가 숨어 있다.

저항의 근본 원인을 분석해보면 네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정체성의 위협이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게 되는 두려움이 생긴다. 10년간 엑셀 전문가로 인정받아온 사람에게 AI가 더 빠르게 분석한다는 사실은 존재론적 위기로 다가온다. 둘째는 통제감 상실이다. AI 변화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무력감이 밀려온다. 어제 배운 도구가 오늘 업데이트되고, 내일은 또 새로운 것이 나온다. 셋째는 학습 부담이다. 새로운 것을 또 배워야 한다는 피로감이 쌓인다. 이미 업무만으로도 벅찬데, 또 다른 스킬을 익혀야 한다는 압박은 거부감으로 이어진다. 넷째는 불확실성이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불안이 발목을 잡는다. AI가 어디까지 발전할지, 내 직업이 5년 후에도 있을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이 두려움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AI 도구를 도입해도 조직은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

컨설팅 현장에서 마주치는 질문들

AI 전환 컨설팅을 다니다 보면 반복적으로 듣는 질문들이 있다. 이 질문들 자체가 저항 심리의 표현이다.

"앞으로 개발자는 어떻게 되나요?" 이 질문 뒤에는 "내 직업이 사라지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이 있다. AI가 코드를 작성하는 시대에 개발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니어는 어떻게 성장하나요?" 예전에는 단순한 업무부터 시작해서 점점 복잡한 일을 맡으며 성장했다. 하지만 단순한 업무를 AI가 처리하면 주니어가 경험을 쌓을 기회가 사라진다. 이 우려는 타당하다.

"그래도 사람이 쓴 코드가 낫지 않나요?" 2024년까지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2025년부터는 그렇지 않다. AI가 작성한 코드가 평균적인 개발자보다 낫다. 이 현실을 부정하면 적응이 늦어질 뿐이다.

"주니어를 뽑아야 할까요?" 기업 입장에서 가장 현실적인 질문이다. AI가 주니어 수준의 업무를 처리한다면, 주니어 채용의 근거가 약해진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시니어는 어디서 오는가? 이 딜레마에 대한 답은 아직 없다.

컨설팅 중인 기업의 AI 전환 로드맵 강연에서 직원 한 명이 솔직하게 말했다. "지금 저 장표가 어떻게 읽히냐면, '너는 필요 없어'로 느껴집니다." 매니저가 AI를 직접 관리하고 실무자 없이 일하는 구조. 조직이 효율화될수록 자신의 자리가 사라진다는 불안감이었다.

이 불안은 비이성적인 것이 아니다. 실제로 조직 구조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축소"가 아니라 "재편"으로 봐야 한다. 같은 인원으로 더 많은 결과를 내는 방향. 이 메시지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으면 저항은 커진다.

인정: 솔직히 아무도 모른다

AI를 만드는 사람들의 고백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Anthropic은 2025년 12월, 자사 직원들이 AI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내부 연구를 진행했다. Claude를 만드는 회사의 엔지니어들, 즉 AI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의 실제 경험을 분석한 것이다. 결과는 의외였다.

엔지니어들조차 미래를 예측하지 못했다. "AI가 더 많은 일을 하면서 내 기술을 더 빠르게 발전시킬 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확신이 없다. 6개월 뒤에 어떤 상황일지 전혀 모르겠다." AI 전문가들도 6개월 후를 모른다. 이 불확실성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생산성과 학습 사이의 긴장도 드러났다. 한 엔지니어는 이렇게 말했다. "생산이 쉬워지면 학습 시간이 줄어든다. 예전에는 문제를 풀면서 배웠는데, 이제는 AI가 답을 바로 준다. 편하지만 뭔가 놓치는 느낌이다." 주니어 성장에 대한 우리의 걱정이 AI 개발사 내부에서도 똑같이 제기되고 있었다.

동료와의 협업도 변했다. 예전에는 모르는 게 있으면 동료에게 물었다. 이제는 AI에게 먼저 묻는다. 빠르고 편리하지만, 팀워크와 멘토링의 기회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역설적이다. AI를 가장 잘 만드는 사람들도 불안하다. 미래를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 불안을 숨기거나 부정할 필요가 없다. Anthropic 연구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 엔지니어들에게 "이 시대를 헤쳐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역량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가장 많은 답은 "적응력"이었다. "AI 도구는 계속 바뀐다. 6개월 전에 배운 것이 지금은 쓸모없어지기도 한다. 결국 특정 도구를 잘 쓰는 것보다, 새로운 도구가 나왔을 때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완벽한 예측이 불가능하다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이것이 AI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다. 불확실성 앞에서 얼어붙지 말고, 적응 근육을 키우라.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가? 우리는 이 불안에 대한 답으로 "한 자리 위로 행동하라"는 원칙을 제시한다. AI가 실행의 반복 작업을 대신하므로, 인간은 더 높은 레벨의 판단과 설계에 집중할 수 있다.

주니어 엔지니어는 시니어 엔지니어처럼 아키텍처를 고민하고, 시니어 엔지니어는 엔지니어링 매니저처럼 팀 전체의 기술 방향을 설계한다. PM과 디자이너는 엔지니어처럼 직접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검증한다. AI 시대의 성장은 "더 많이 코딩하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레벨에서 판단하는 것"이다.

전환: 그래서 어떻게 바꾸는가

AI와 함께 일한 지난 2년은 나에게 단순한 툴 변화가 아니라 사고방식의 대전환이었다. 그 과정에서 얻은 통찰은 지금의 AI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필수적인 철학이 될 것이다.

한 팀원이 내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팀장님, 이 기획서 초안… AI 써도 될까요?" 나는 되물었다. "왜 안 써? 팀원 3명이 3일 걸릴 일을 AI가 30분에 끝내는데." 우리는 여전히 '사람의 스케일'로 일을 계획한다. 하지만 AI가 있으면 10배, 100배 더 큰 결과를 낼 수 있다. 택시를 타는 게 부끄럽지 않듯 AI 쓰는 것도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도구를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 그게 오히려 비효율이다. 팀원의 시간은 비용이지만, AI의 시간은 거의 무료에 가깝다.

어떤 팀원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AI보다 더 좋은 문장을 쓸 수 있어요." 맞다. 근데 그게 중요할까?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이 걷는 것보다 훨씬 빠른데 "난 자동차보다 더 멋지게 달릴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중요한 건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것이지, 달리기 폼이 아니다. AI와 경쟁하지 말고, AI를 타라. AI는 경쟁 대상이 아니라 활용 도구다.

나는 처음에 "AI가 내 일을 얼마나 잘 대체할까?"를 고민했다. 이건 잘못된 질문이다. 우리의 진짜 질문은 "내가 AI를 활용해서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가 되어야 한다. 최고의 일꾼은 100% 더 잘할 수 있다. 하지만 최고의 매니저는 2000% 더 큰 결과를 만든다. 왜냐하면 AI 10개를 동시에 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 초안은 Claude, 이미지 제작은 Midjourney, 코드 작성은 Cursor. 예전엔 한 사람이 한 가지 일만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한 사람이 팀 전체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단, 각 AI에게 무엇을 어떻게 시킬지 아는 사람만 가능하다. 일꾼이 아닌 매니저가 되자.

AI가 업무를 대신하면서, 나는 오히려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팀원들과의 1:1 미팅, 클라이언트와의 전략 세션, 파트너사와의 협력 논의. AI는 문서를 완벽하게 만들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거나 팀의 사기를 북돋우는 일은 못 한다. 이제 리더의 핵심 역량은 "AI를 잘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AI를 잘 활용하도록 돕는 것"이다. 업무 시간보다 미팅 시간이 더 중요한 시대가 열렸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연봉 협상이 다르게 작동한다. "내가 열심히 했잖아요"가 아니라 "이게 회사 매출에서 이만큼을 담당하고 있으니까 이만큼의 돈을 달라"고 말한다. 자신의 기여를 숫자로 증명하고 협상한다. 이게 가능하면 파트너십이 된다. AI 시대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일을 주세요"라고 요청하는 순간, 그 사람은 AI와 경쟁하게 된다. AI에게 일을 주는 게 더 빠르기 때문이다. 반면 "이 프로젝트 전체를 같이 끌고 가겠습니다"라고 말하면 파트너가 된다. 프로젝트의 방향을 정하고, AI를 관리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사람. 그런 사람은 대체되지 않는다.

협력: 다 같이 가려면

변화가 필요한 이유는 도덕적 당위가 아니다. 시장의 압력이다. 경쟁사가 AI로 퍼포먼스를 올려서 가격을 낮추면 어떻게 되는가. 우리 회사도 비용을 줄이거나 퍼포먼스를 올려야 한다. 안 하면 망한다. 멸종하거나 적응하거나. 자본주의는 늘 그래왔다.

이 압력은 미국에서 시작됐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구르고 나가떨어지고 있다. 1인 창업으로 시작하는 회사들이 AI를 기본으로 깔고 시작한다. 대기업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변화는 매니저부터, 리더부터 시작해야 한다. 매니저가 직접 회의에서 시켜보면서, AI와 일하는 방법을 먼저 실험해야 한다. 그 다음에 팀원들을 이 워크플로우로 하나씩 옮겨간다. 매니저가 이 그림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변화는 개인의 툴 사용으로 끝난다. 조직 전체의 전환은 일어나지 않는다.

예전 조직에서 팀 회의를 할 때, 회의록 작성은 늘 누군가의 몫이었다. 지금은 제미나이가 실시간으로 회의 내용을 기록하고, 회의가 끝나면 메일로 보내준다. 처음 이 방식을 도입했을 때, 회의록을 담당하던 팀원이 가장 놀라워했다. 지금은 "이거 없으면 어떻게 회의해요?"라며 만족해한다.

내가 해보고 싶은 워크숍이 있다. 조직 전체가 모여서 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우리 회사에 사람이 하나도 없다면 어떻게 돌아갈까?" 상상해본 다음, 현재 상태와 비교한다. 그리고 그 상태로 가면서 모두가 함께 가려면 어떤 구조를 짜야 할지 토론한다.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열어놓고 얘기하는 것이다.

연구원들에게는 제미나이로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연구 레터 작성도 바이브코딩으로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아직 서툰 사람도 있고, 신기해하는 사람도 있다. 그게 자연스럽다.

AI 시대의 마인드셋 전환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여정이다. 누군가는 앞서가고 누군가는 뒤따라온다. 중요한 건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