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를 시작하며: 새로운 도구, 새로운 인류
슈퍼휴먼의 탄생
신석기 시대, 농경 기술을 습득한 사람들은 그 이전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다. 더 이상 먹을 것을 찾아 떠돌 필요가 없었다. 정착할 수 있었고, 잉여 생산물이 생겼고, 그 여유로 예술과 문화를 만들어냈다. 도구의 진화가 문명의 진화를 가져온 것이다.
2025년, 우리는 그와 똑같은 전환점에 서 있다. 사람들은 AI를 '편리한 도구'로 한정하거나 '위협적인 경쟁자'로 두려워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AI와 함께하는 내가 무엇이 될 수 있느냐다.
1부에서 우리는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봤다. AI 에이전트의 시대, 재편되는 경제 구조, 새로운 계급의 탄생. 그 전망들은 흥미로웠고, 때로는 두려웠다. 하지만 여전히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이제 질문이 바뀐다.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에서 "나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로.
슈퍼휴먼이란
이 책에서 슈퍼휴먼은 AI와 협업하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람이다. AI를 단순히 업무 자동화 도구로 쓰는 게 아니라, 사고와 창조 과정의 파트너로 삼는다. 코드를 한 줄도 모르지만 웹사이트를 만들고, 전문 디자이너가 아니지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한다.
2024년 여름, 나는 이 책의 웹사이트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웹 개발을 전혀 할 줄 몰랐다. 예전 같았으면 에이전시에 외주를 맡기고 2-3개월을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Claude Code를 열고 이렇게 시작했다. "Next.js로 책 소개 웹사이트를 만들고 싶어. 메인 페이지에는 책 표지와 목차가 있어야 하고, 각 장은 별도 페이지로 라우팅되어야 해. 모던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을 원해."
72시간 후, 웹사이트가 완성되었다. 나는 한 줄의 코드도 직접 쓰지 않았다. 대신 수십 번의 대화를 나눴다. "이 부분을 좀 더 간격을 넓혀줘", "여기 애니메이션을 추가하면 어때?", "다크 모드도 지원하고 싶어". Claude는 내 의도를 이해하고 코드로 구현하고, 문제가 생기면 디버깅까지 해줬다.
이것이 슈퍼휴먼의 핵심이다. 전문 기술 없이도 전문가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중요한 건 코딩 실력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명확히 아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떠오른 그날 바로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다. 아침에는 웹 개발, 점심에는 데이터 분석, 오후에는 그래픽 디자인을 할 수 있다.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 서 있다
"코드 한 줄 못 쓰는데, AI로 어떻게 코딩을 해?" 이 질문을 수없이 들었다. 그리고 매번 같은 대답을 했다. "사실 전통적인 전문가들도 지금 출발선이 똑같습니다."
2024년 봄, 15년 경력의 시니어 개발자를 만났다. 그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제가 10년 동안 배운 프로그래밍 지식을 ChatGPT가 1초 만에 해내는 걸 보면... 제 가치가 뭘까요?" 그 다음 주에 만난 마케터의 고민도 똑같았다. "10년간 쌓은 카피라이팅 노하우를 이제 AI가 더 잘하는 것 같아요."
이들에게 나는 같은 답을 줬다. "당신의 10년 경험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AI와 결합하면 더 강력해집니다. AI는 실행 속도를 100배로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무엇을 실행할지, 어떻게 개선할지는 여전히 당신이 정합니다. 단순 실행자에서 감독자로, 전략가로 진화할 기회입니다."
반대로, 코드를 전혀 모르던 기획자가 AI와 함께 Product Engineer로 변신하기도 한다. 이 책의 공동 저자 김진실 매니저 역시 지금은 Claude Code로 직접 기획한 프로덕트를 개발하고 있다.
슈퍼휴먼이 되는 데 특별한 자격은 필요 없다. 코딩을 배울 필요도, 디자인 학원에 다닐 필요도 없다. 필요한 건 단 하나. "내가 만들고 싶은 게 있다"는 명확한 의지다.
자, 이제 슈퍼휴먼이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이야기로 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