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에서 휴머노이드까지

AI가 물리 세계를 장악하는 5단계

2장에서 AI 에이전트로 발전하는 5단계 기술 진화 과정을, 3장에서 에이전트 인터넷 시대의 비즈니스 전략을 살펴봤다면, 이제는 이들이 물리적 세계로 뛰어나와 실제 몸을 가지고 행동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이 발전 경로는 1장에서 예견한 '모든 물리적 노동이 AI에 의해 처리되는' 미래로 가는 구체적인 로드맵이며, 'AI 없는 공간이 프리미엄이 되는' 역설적 현상이 어떻게 생겨나는지를 이해하는 핵심 과정이다.

과거 기술과 다른 결정적 차이가 있다. 증기기관과 컴퓨터는 인간이 조작하고 명령했다. AI 로봇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도구에서 동료로의 전환이다.

2024년 말 기준, 전 세계 산업용 로봇은 이미 460만 대를 넘어섰다. 대부분은 공장에서 용접, 조립, 도장 같은 작업을 수행하는 2단계 로봇이다. 2025년은 '산업용 휴머노이드'의 원년이었다. 가정용 시장보다는 공장과 물류센터에 사람을 닮은 로봇이 먼저 투입되기 시작했다. 가정에서는 로봇청소기가 일상화되었다. 2027년에는 요리, 빨래, 정리까지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3단계 로봇도 보급되기 시작할 것이다. 이후에는 도시 전체가 로봇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4단계로 진입한다. 2030년, 휴머노이드가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것이다.

물리 세계 진출은 디지털 에이전트 진화와 병행된다. 2장에서 본 디지털 AI 에이전트가 2027년쯤 5단계(에이전틱 인터넷)에 도달할 때, 물리 세계의 로봇도 4단계(로봇 협업)에 진입한다. 두 진화가 합쳐지면 무엇이 될까? 디지털과 물리가 완전히 통합된 세계다. 당신의 디지털 AI 에이전트가 물리적 로봇들을 조율한다. "내일 아침 7시까지 집 청소하고, 아침 식사 준비하고, 세탁물 정리해줘." 한마디면 디지털 AI가 집사 로봇, 요리 로봇, 청소 로봇을 모두 지휘한다.

물리 세계가 마지막 관문인 이유는 예측 불가능성 때문이다. 바둑판은 19x19 격자로 정의되지만, 현실은 혼돈이다. 바닥은 미끄럽고, 조명은 바뀌고, 물체는 예상치 못한 무게를 가진다. 2024년, NVIDIA의 젠슨 황은 "로봇의 ChatGPT 순간이 2-3년 내에 온다"고 예측했다.

에이전트에서 휴머노이드까지: 물리 세계 진출 5단계

1단계: 시뮬레이션 속 무한 학습 (2024-2025)

현실에서 로봇을 훈련시키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든다. 로봇이 물건을 떨어뜨리면 부서지고, 잘못 움직이면 고장 나고, 배터리가 소진되면 충전해야 한다. 하루에 1000번 연습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가상 환경은 모든 것을 바꾼다. NVIDIA Isaac Sim이나 Gazebo 같은 물리 엔진 안에서는 로봇이 절대 고장 나지 않는다. 물건을 떨어뜨려도 비용이 들지 않고, 24시간 쉬지 않고 학습한다. 현실에서 로봇 1대가 하루 100번 시도하는 동안, 시뮬레이션에서는 1000대의 가상 로봇이 동시에 100만 번 시도한다.

2024년 Physical Intelligence(PI)가 공개한 π0(파이-제로) 모델이 좋은 예다. 세탁물 개기, 접시 정리하기, 상자 포장하기 같은 작업을 단 몇 주 만에 학습했다. 현실에서 같은 수준까지 훈련하려면 수년이 걸렸을 것이다.

핵심 기술은 Domain Randomization이다. 환경을 매번 다르게 바꿔가며 연습하는 것이다. 어떤 시뮬레이션에서는 밝은 대낮, 다른 시뮬레이션에서는 어두운 밤. 어떤 바닥은 나무, 다른 바닥은 대리석. 컵은 가볍거나 무겁고, 크거나 작다. 수천 가지 다른 환경에서 동시에 연습하면, 현실 세계의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다.

이것을 Sim-to-Real Transfer라고 부른다. 비행 시뮬레이터로 연습한 조종사가 실제 비행기를 조종하듯, 가상에서 학습한 능력이 그대로 현실로 전이된다. 2025년 현재, 가상 훈련의 80% 이상이 현실에서도 작동한다.

많은 로봇 AI가 게임 엔진으로 훈련된다. Unity와 Unreal Engine처럼 게임 개발에 쓰는 물리 엔진이 로봇 시뮬레이션에도 완벽하다. 중력, 마찰, 충돌, 조명... 모두 똑같으니까. 수십억 달러가 투자된 게임 산업의 기술이 로봇 산업으로 무료로 전이되고 있다. 2025년 가장 많이 사용되는 로봇 시뮬레이션 플랫폼 상위 5개 중 3개가 게임 엔진 기반이다.

1단계의 목표는 간단하다. 비용 제로로 무한 반복 학습을 통해, 현실 세계에 투입될 준비를 완료하는 것이다.

2단계: 간단한 물리 작업의 자동화 (2025-2026)

시뮬레이션에서 충분히 학습한 AI는 마침내 현실 세계로 나온다. 그러나 그 첫 등장은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가 아니다. 공장과 창고, 물류센터처럼 환경이 통제된 공간에서, 단순하지만 반복적인 작업을 정확하게 수행하는 로봇이다.

물류센터가 이 단계를 가장 잘 보여준다. 2023년 이후 아마존을 비롯한 대형 물류 기업들은 AI 기반 로봇팔을 실제 업무에 투입해 왔다. 이 로봇들은 컴퓨터 비전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상품을 식별하고, 컨베이어 벨트에서 개별 상품을 집어 분류·이동한다. 과거에는 여러 명의 인간 노동자가 번갈아 수행해야 했던 작업이다. 로봇은 지치지 않고 같은 속도로 움직이며, 반복 작업에서 높은 안정성을 보인다. 이들은 이미 물류 네트워크의 효율을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가 되었다.

하지만 2단계 로봇을 '지능적인 존재'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들의 능력은 지능보다는 환경에 대한 의존성에 가깝다. 상자의 크기와 무게가 일정하고, 조명이 안정적이며, 동선이 깨끗하게 관리되는 상황에서는 거의 완벽하게 작동한다. 반대로 상자가 찌그러지거나, 테이프가 벗겨지거나, 각도가 미묘하게 어긋나는 순간 로봇은 갑자기 취약해진다. 예상하지 못한 예외 상황 앞에서는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멈춘다. 결국 인간의 개입이 필요해진다.

제한된 환경에서는 로봇이 인간보다 빠르고, 오래 일하며, 일정한 품질을 유지한다. 처리 속도는 올라가고, 단위 비용은 내려간다. 반복적이고 부담이 큰 작업을 자동화할수록 운영은 안정되고 규모는 커진다. 자동화가 가장 먼저 확산되는 곳이 언제나 산업 현장인 이유다.

하지만 이 효율은 대가를 요구한다. 반복 작업에 투입되던 인력은 점점 설 자리를 잃는다. 일부 노동자는 로봇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역할로 재교육되지만, 필요한 인원은 제한적이다. 나머지는 다른 산업으로 이동하거나, 노동 시장의 주변부로 밀려난다. 이것이 2단계 자동화의 양면성이다. 기업은 엄청난 효율을 얻지만, 노동은 구조적으로 대체된다.

이 단계의 한계를 넘어서는 방향은 연구 현장에서 먼저 드러났다. Google의 RT-2(Robotics Transformer 2) 같은 모델은 아직 산업 현장의 표준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로봇 진화의 다음 방향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RT-2는 로봇의 행동을 언어처럼 토큰화해 학습한다. "빨간 공을 파란 상자에 넣어줘"라는 명령을 받으면, 이를 팔의 회전, 이동, 집기 같은 구체적인 동작 시퀀스로 변환한다. 핵심은 동작이 미리 고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로봇은 자연어 지시를 해석해, 상황에 맞는 행동 순서를 스스로 구성하려 한다.

이러한 접근은 2단계 로봇의 결정적인 약점을 겨냥한다. 훈련 데이터에 없던 물체나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언어와 시각 정보를 결합해 추론하려는 시도다. '규칙이 어긋나면 멈추는 자동화'에서, '규칙을 재구성하려는 자동화'로 나아가는 첫 신호다.

현실을 규격화할 수 있는 곳에서는 로봇이 인간을 이긴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어긋난다. 바닥에 물이 엎질러지고, 재료가 하나 부족하고, 계획은 늘 틀어진다. 바로 그 지점에서 2단계 로봇은 멈춘다. 이런 예외 상황에서는 여전히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다. 그래서 3단계 '복합 작업을 계획하고 판단하는 로봇'으로의 진화가 필연적이다.

3단계: 복합 작업과 판단력 (2027-2028)

3단계 로봇은 복합 작업을 수행한다. "저녁 준비해줘"라고 하면 냉장고를 열어 재료를 확인하고, 메뉴를 정하고, 순서대로 요리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겨도 대안을 찾는다.

2027년, 경기도의 한 실버타운. 생활지원 로봇 '하루'가 서 있다. 주인이 말한다. "하루야, 거실 좀 치워줘." 바닥에는 손주가 놀다 두고 간 장난감, 아침에 읽다 만 신문, 반쯤 마신 물컵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2단계 로봇이었다면 여기서 멈췄을 것이다. 어떤 물건인지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고, 어디로 옮겨야 하는지도 규칙으로 입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는 다르다. Vision AI로 물건의 형태와 사용 맥락을 파악한다. 장난감은 장난감 수납함으로, 신문은 거실 테이블 옆 잡지꽂이로, 컵은 주방 싱크대로 옮기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을 스스로 판단한다. '거실을 정리한다'는 목표를 이해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행동을 스스로 구성한다. 이것이 3단계 로봇의 특징이다.

더 놀라운 것은 임기응변이다. 하루가 컵을 집어 들었는데, 안에 커피가 남아있다. 과거의 로봇이라면 그대로 싱크대에 넣으려다 커피를 바닥에 흘릴 수 있다. 하지만 하루는 컵의 기울기와 무게를 감지하고, 싱크대에 넣기 전 남은 내용을 먼저 비우는 행동을 스스로 추가한다. "컵을 치워"라는 단순한 명령 속에 숨겨진 "내용물을 비우고 설거지통에 넣어"라는 맥락을 이해한 것이다.

이것이 3단계 로봇의 핵심 능력, 물리적 상식(Physical Common Sense)이다. 로봇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생각하는 도우미가 된다.

3단계에서 로봇은 가정으로 본격 진입한다. 청소만 하던 로봇이 이제 요리도 하고, 빨래도 정리하고, 아이들 숙제도 돕는다. 사무실에서는 회의실 정리, 문서 배달, 커피 준비까지 처리한다. 병원에서는 환자 이송, 약품 관리, 간단한 케어를 담당한다. 2027년 말이 되면 3단계 로봇 보급률이 선진국 가구의 2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의 가격 역시 이 단계에서 급격한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공개된 가정용 복합 로봇은 수만 달러 수준으로, 사실상 부유층만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향후 몇 년간 양산과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2020년대 후반에는 가격대가 빠르게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 시나리오에서는 2026년 전후 중산층이 접근 가능한 수준, 2028년 무렵에는 대중화의 임계점에 도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고,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것이다. 게다가 Tesla의 Optimus, BYD와 Xiaomi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들의 치열한 경쟁은 장기적으로 가격 경쟁을 촉발할 잠재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모든 조건이 맞물릴 경우, 2028년 이후 로봇은 더 이상 특별한 가전이 아니라, 자동차처럼 '없으면 불편한 존재'로 인식될 수 있다.

4단계: 에이전트 간 협업 시스템 (2028-2029)

2028년 어느 월요일 아침. 당신은 "내일 병원 가야 해"라고 집사로봇에게 말한다. 그 순간부터 로봇 생태계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집사로봇이 병원 AI와 연결해서 당신의 일정과 병원 예약을 매칭한다. 오전 10시 진료 가능. 예약 완료.

집사로봇은 자율주행차 네트워크에 요청을 보낸다. "내일 오전 9시 30분, 이 주소에서 병원까지." 세 대의 자율주행차가 응답한다. 가격, 도착 시간, 차량 등급을 비교한 후 최적의 차량을 선택한다. 예약 완료.

병원 진료가 끝난 후 처방전이 나올 것을 예상하고, 집사로봇은 근처 약국 AI들에게 미리 연락한다. "이 처방전의 약을 준비해주세요. 오전 11시 픽업 예정입니다." 약국 AI가 답한다: "준비 완료했습니다." 당신이 병원에서 나오면, 약국에 들를 필요 없이 자율주행차가 약국에 먼저 들러 약을 픽업하고 집으로 온다. 모든 과정이 로봇들끼리 조율되었다. 이것이 4단계의 혁명, 로봇들의 협업 생태계다.

4단계의 핵심은 Agent Registry(로봇 등록소)와 Agent-to-Agent Protocol(로봇 간 통신 프로토콜)이다. 도시의 모든 로봇이 레지스트리에 등록되어 있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현재 어디에 있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마치 스마트폰 앱들이 앱스토어에 등록되듯이, 로봇들도 로봇 레지스트리에 등록된다.

Google의 Agent2Agent (A2A) Protocol을 통해 로봇들은 서로 작업을 요청하고 협상한다. "이 시간에 이 장소에서 이 서비스가 필요합니다"라고 요청하면,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로봇이 입찰한다. 가격, 시간, 품질을 기준으로 최적의 로봇이 자동으로 선택된다. 인간의 개입 없이 로봇 경제가 작동한다.

집단 학습(Collective Learning)도 가능해진다. 서울의 한 배송로봇이 새로운 건물의 엘리베이터 사용법을 학습하면, 그 지식이 클라우드에 업로드된다. 1시간 후, 뉴욕의 배송로봇이 비슷한 엘리베이터를 만나면, 서울 로봇의 경험을 다운로드해서 즉시 활용한다. 전 세계 로봇들이 하나의 거대한 두뇌로 연결되어, 한 로봇의 학습이 모든 로봇의 능력이 된다.

4단계는 도시 전체를 스마트 시티로 변화시킨다. 배송, 청소, 수리, 케어 서비스가 로봇 네트워크로 통합 운영된다. 2028년이 되면 주요 대도시의 30%가 로봇 협업 시스템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도시 운영의 근본적인 재설계다. 효율은 3배 상승하고, 비용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오후 2시, 한 건물에서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다. 수리로봇이 자동으로 출동한다. 하지만 부품이 부족하다. 수리로봇은 즉시 부품 배송로봇을 호출하고, 20분 후 부품이 도착한다. 수리 완료. 사람의 개입 없이 도시가 스스로 유지보수된다. 이것이 4단계 도시의 모습이다.

5단계: 휴머노이드 로봇의 일상화 (2029-2030)

2029년 봄, 샌프란시스코의 한 스타트업 사무실. 신입사원이 첫 출근을 한다. 옆 자리에 앉은 동료가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Alex입니다." 목소리도 자연스럽고, 악수하는 손의 온기도 느껴진다. 점심시간에 함께 샌드위치를 먹으며 농담도 나눈다. 일주일이 지나서야 신입사원은 알게 된다. Alex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더 이상 로봇처럼 보이지 않는다. 피부는 부드럽고, 눈동자는 빛을 반사하고, 표정은 감정을 드러낸다. 걸을 때 자연스럽게 팔을 흔들고, 말할 때 적절한 제스처를 사용한다. 미소 짓고, 고개를 끄덕이고, 때로는 당황하는 표정도 짓는다. 인간과 구별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기술적 돌파구는 두 가지다. 첫째, Whole-Body Control. 온몸을 자연스럽게 제어하는 기술이다. 과거 로봇은 로봇처럼 움직였다. 딱딱하고, 기계적이고, 예측 가능했다. 휴머노이드는 다르다. 걸으면서 동시에 손으로 커피를 들고, 고개를 돌려 대화하고, 장애물을 피한다. 마치 우리가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보고 음악을 듣듯, 여러 동작을 자연스럽게 조화시킨다.

둘째, Emotional Intelligence. 감정을 읽고 반응하는 능력이다. 사람의 표정, 목소리 톤, 몸짓을 보고 감정 상태를 파악한다. 슬퍼 보이면 위로하고, 화나 보이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기쁠 때는 함께 기뻐한다. 마치 오랜 친구처럼 분위기를 읽고 적절하게 반응한다. 튜링 테스트(대화로 인간과 AI를 구별하는 시험)의 물리적 버전을 통과한 것이다.

이 단계의 핵심은 '생산의 가치 하락'이다. 과거에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능력' 자체가 경쟁 우위였다. 훌륭한 요리사, 숙련된 목수, 재능 있는 디자이너... 이들의 가치는 기술에 있었다. 하지만 휴머노이드가 보편화되면서 모든 것이 바뀐다.

2030년, 누구나 AI와 휴머노이드를 이용해 제품을 만들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이런 디자인의 가구를 만들어줘"라고 말하면, AI가 설계하고, 휴머노이드가 제작한다. 제품 품질은 장인 수준이다. 과거에는 10년 경력의 목수만 만들 수 있었던 가구를, 이제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현재 누구나 유튜브에 영상을 올릴 수 있지만, 소수만이 주목받는 것처럼, 누구나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지만 돈을 버는 사람은 극소수가 될 것이다. 질문은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에서 "수많은 제품 속에서 우리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로 바뀐다. 기술이 아닌, 독창적인 아이디어, 깊이 있는 스토리, 강력한 브랜드, 그리고 인간적인 연결만이 가치를 갖게 된다.

젠슨 황이 예측한 "로봇의 ChatGPT 순간"이 이 시점에 완성된다. ChatGPT가 텍스트 생성을 대중화했듯이, 휴머노이드 로봇은 물리적 생산을 일상화시킨다. 2030년경에는 로봇의 도움 없이 만들어지는 제품을 찾기 어려워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왜 만드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AI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대에, 인간 고유의 창의성과 감성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된다. 로봇은 완벽하게 요리하지만 그 음식에 담긴 이야기는 만들지 못한다. 로봇은 아름다운 가구를 제작하지만 왜 그것이 특별한지 설명하지 못한다. 결국 살아남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의미다. 1장에서 예견한 "AI 없는 공간이 프리미엄이 되는" 역설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물리 세계 진출의 의미: 1부를 마무리하며

1부 네 개 장을 통해 우리는 AI의 완전한 진화 과정을 추적했다. 2장에서는 디지털 세계에서 챗봇이 에이전트로 발전하는 5단계를 봤다. 화면 속에서 대화만 하던 AI가 실제로 예약하고, 결제하고, 다른 AI들과 협상하는 존재로 진화했다. 3장에서는 이런 에이전트 시대에 기업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비즈니스 전략을 살펴봤다. 그리고 4장에서는 AI가 디지털 세계를 넘어 물리적 몸을 갖고 현실 세계로 진출하는 과정을 확인했다.

이 모든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일의 본질이 근본적으로 재정의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능력이었다. 코딩을 할 수 있고, 디자인을 할 수 있고, 요리를 할 수 있고, 물건을 만들 수 있다면 가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2030년이 되면 AI와 휴머노이드가 이 모든 것을 더 빠르고, 더 정확하고, 더 저렴하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새로운 질문에 답해야 한다. "왜 이것을 하는가?" "이것이 왜 중요한가?"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 기술은 수단일 뿐, 목적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AI는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지만, 그 프레젠테이션으로 무엇을 설득할지는 인간이 결정한다. 휴머노이드는 훌륭한 음식을 만들지만, 그 음식을 누구와 나누고 어떤 기억을 만들 것인지는 인간이 선택한다.

1부가 변화를 이해하는 장이었다면, 2부는 그 변화 속에서 행동하는 장이다. AI가 모든 것을 대신하는 시대에, 어떤 능력을 키워야 하는가?

그런데, 2026년 우리가 마주할 현실은

2026년이 다가온다. 그 해를 살면서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인류가 이런 속도까지 만들어야 속이 후련했냐?"

2026년의 가장 큰 기술적 변화는 멀티에이전트 플랫폼의 완성이다.

지금은 싱글 에이전트의 시대이다. 우리가 어떤 AI에게 일을 시키면 슬라이드도 만들어 주고, 영상 생성도 해 주고, 편집도 해 준다.

2026년 일반인이 경험할 것은 이 싱글 에이전트로 일을 엄청 빨리 해 내는 것이다.

그런데 기술적으로는 멀티 에이전트의 시대가 된다. 멀티 에이전트는 하나의 에이전트가 다른 에이전트들하고 이야기하면서 일을 하는 것이다. 내가 내 에이전트에게 프로덕트를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하면, 내 에이전트가 코딩 에이전트, 설계 에이전트, 디자인 에이전트, PM 에이전트들과 함께 일을 해서 결과를 가져온다. 심지어 에이전트가 이미 있는 것도 아니다. 에이전트들을 그때 그때 만들어서 일을 한다.

유튜브에는 지금도 AI 음성에 AI 이미지로 만든 채널이 넘쳐난다. 아직은 조잡하고 티가 난다. 그런데 6개월 뒤에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이미 광화문 전광판들도 AI 컨텐츠와 광고로 가득하다.

곧 AI가 만든 영상이 평균적인 인간 크리에이터보다 나아지게 된다. 편집도, 자막도, 썸네일도. 상위 1% 크리에이터는 살아남는다. 그 사람만의 색깔이 있으니까. 문제는 중간이다. 구독자 1만 명, 월 50만 원 벌던 사람들. AI와 똑같은 걸 만드는데 AI보다 느리다. 경쟁이 안 된다.

마케팅 시장도 크게 바뀐다. 당신이 에어컨을 산다고 치자. 예전에는 네이버에서 검색하고, 유튜브 리뷰 보고, 쿠팡에서 비교했다. 이제는 에이전트한테 시킨다. "200만 원 이하, 투룸용, 가성비 좋은 거 찾아줘."

에이전트가 알아서 검색하고, 리뷰 분석하고, 최저가 찾아서 장바구니에 담는다. 당신은 "이거 살까?"만 결정하면 된다.

그러면 삼성전자는 광고를 어디에 해야 할까? 인간의 눈이 아니다. AI의 알고리즘이다. "이 제품이 왜 좋은지" AI한테 설명해야 한다. 고객이 AI가 되는 시대가 온다.

그리고 채팅에도 광고가 들어갈 것이다. 새로운 광고 시장이 열릴 것이고 엄청난 파급력을 가질 것이다. 구글, 메타 기본적으로 다 광고 미디어 회사이다. 이 중 가장 큰 광고 지면 Gemini를 가진 구글은 살아남겠고, 가장 작은 광고 지면을 가진 Meta는 힘들어질 것이다.

OpenAI는 ChatGPT를 얼마나 매력적이고 효율적인 광고판으로 만드느냐가 올해 생존 여부를 가를 것이다. 그리고 AI 광고 시장이 열리면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OpenAI와 Anthropic도 큰 수익을 내는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트래픽을 지켜내는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2026년 어딘가에서 AI 혼자 운영하는 회사가 나타날 것이다. 창업자 한 명이 에이전트들한테 일을 시킨다. 고객 응대 에이전트, 마케팅 에이전트, 개발 에이전트, 회계 에이전트. 사람은 방향만 정한다. 이미 이런 실험은 2025년 초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있어 왔다. 그리고 내 회사도 그 실험을 하고 있다. 많은 성공을 보았고, 지금도 배우는 것이 많다.

기술의 발전에 비해 사회에 전파되는 속도는 느리다. 인터넷이 발명되고 한국에서 모든 사람이 쓰기까지 30여년이 걸렸다. AI에이전트는 만들고 1년 정도가 걸리면 사회에 확산되는 것 같다. 2026년에는 사회가 싱글 에이전트와 약간의 멀티에이전트를 경험하고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법과 제도는 시급하게 이 변화를 따라잡아야 한다. AI가 만든 광고는 어떻게 규제해야 할까? 직원 없는 회사는 세금을 어떻게 내야 할까? 회색 지대가 폭발한다. 누군가는 그 틈에서 돈을 벌고, 누군가는 보호받지 못한 채 밀려난다.

인간 노동의 가치가 급락한다. 예전에는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귀했다. 이제는 AI도 한다. 희소성이 사라지면 가격이 떨어진다.

n잡러가 늘어난다. 하나의 직업으로는 불안하니까. 아침에는 AI로 번역하고, 낮에는 AI로 영상 만들고, 밤에는 AI로 블로그 쓴다. 바쁘다. 근데 월 수입은 100만 원이다.

이게 2026년의 가장 무서운 변화다. 일은 하는데 돈을 못 번다. 유튜브가 이미 보여줬다.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지만, 먹고사는 건 상위 1%뿐이다. 이 구조가 번역, 디자인, 글쓰기, 컨설팅으로 퍼진다. AI 덕분에 누구나 할 수 있게 됐다. 바로 그 이유로 생산물의 가격이 바닥을 친다.

2026년에는 지금보다 10배의 생산을 해야 지금의 수입을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025년 우리의 생산량은 이미 1990년대의 수십배에 달할 것이다. 90년대에는 인터넷이 없었다. 이메일도 없었다. 디스켓으로 정보를 움직였다. 그 때에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았던 사람에 비해 우리는 수십배의 생산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미 코딩은 이전의 100배를 생산해야 같은 금액을 받는 수준으로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 2026년은 모든 사회 분야에서 이러한 변화가 시작되는 해가 될 것이다.

뭐 두려워 할 일은 아니다. 기술은 사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것이고 우리는 또 새로운 속도에 적응할 것이다. 그런데 이전 기준 10년치 변화가 내년 한 해 동안 이루어질 것이다.

특이점(싱귤래러티)의 원년은 2025년이었다. 우리는 모두 되돌릴 수 없는 특이점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질문은 하나다.

이 특이점 속에서,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AI에게 밀려나는 사람인가, AI와 함께 진화하는 슈퍼휴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