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 03/10 ~ 03/16
바이브 코딩 입문: 말로 만드는 웹페이지
코딩을 모르는 상담사가 디지털 도구를 직접 만들 수 있다면, 상담 서비스의 접근성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번 주 읽기: 상담사도 개발자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상담사는 누군가 만들어 놓은 도구를 “쓰는 사람”이었다. 심리검사지, 상담 기록 프로그램, 원격 상담 플랫폼 — 전부 개발자가 만든 걸 가져다 썼다.Gainer(2025)는 이 관계를 뒤집어야 한다고 말한다. 상담사야말로 내담자(상담을 받는 사람)가 뭘 필요로 하는지 가장 잘 아는 전문가다. 그래서 상담 도구도 상담사가 직접 설계하고, 만들고, 고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Gainer는 이걸 “치료적 기술 주체성(therapeutic technology agency)”이라 부른다. 쉽게 말해, “기술을 그냥 쓰지 말고, 기술의 주인이 되라”는 뜻이다.
비유하자면 이런 거다. 요리사가 식재료를 고르고, 조리법을 결정하고, 불 조절을 직접 하는 것처럼, 상담사도 내담자에게 필요한 도구를 고르고, 설계하고,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상담사는 마치 완제품 도시락만 사 먹는 사람 같았다. Gainer는 상담사가 직접 요리할 수 있는 주방(개발 환경)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네카 R. 게이너
상담사가 코드를 외울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자기가 쓰는 도구가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그 도구가 내담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이해 없이 쓰면 윤리적 사각지대가 생긴다.
— Gainer (2025, p. 89)“윤리적 사각지대”가 뭘까? 실제 사례를 보자. 미국의 한 대학 상담센터에서 AI 기반 우울증 선별 도구를 도입했다. 그런데 그 AI가 흑인 학생의 우울 증상을 백인 학생보다 10% 낮게 평가하는 편향이 있었다. 학습 데이터에 백인 환자 데이터가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상담사들은 AI가 주는 점수를 그대로 믿고 사용했고, 도움이 필요한 흑인 학생들이 적절한 상담을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도구의 원리를 이해했다면 이런 편향을 의심해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 미국 심리학회(APA)가 인증한 상담 프로그램 중 AI 관련 수업을 필수로 넣은 곳은 고작 12%다. 반면 내담자의 73%는 상담사를 만나기 전에 인터넷으로 먼저 정신건강 정보를 검색하고, 45%는 AI 챗봇을 써본 적이 있다(Pew Research Center, 2024). 내담자는 이미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는데, 상담사 교육은 아직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한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한국상담심리학회 인증 수련 과정에서 디지털 도구 관련 교육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무스타파 술레이만
기술을 만드는 사람이 기술을 통제한다. 기술을 그냥 쓰기만 하는 사람은 기술에 통제당할 위험이 있다. AI 시대에 가장 위험한 사람은 AI를 모르는 전문가다.
— Suleyman (2023)바이브 코딩이란 뭘까?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은 2025년 2월Andrej Karpathy가 처음 만든 말이다. Karpathy는 Tesla에서 자율주행 AI를 이끌었고 OpenAI에서 GPT 연구에 참여한, AI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다. 바이브 코딩을 한마디로 설명하면 이렇다 — 코드를 직접 타이핑하는 대신, AI에게 한국어(또는 영어)로 “이렇게 만들어줘”라고 말하면 AI가 코드를 대신 써주는 것이다. “분위기(vibe)를 전달하면 코드가 된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걸 일상에 비유하면 이렇다. 예전에 여행을 가려면 지도를 보고 경로를 직접 계산하고, 기차 시간표를 확인하고, 숙소를 일일이 전화해서 예약해야 했다. 지금은 어떤가? “부산 2박 3일 여행 코스 짜줘”라고 검색하면 AI가 알아서 추천해준다. 바이브 코딩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수년간 배워야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이런 느낌의 사이트를 만들어줘”라고 말하면 AI가 대신 코드를 쓴다.

안드레이 카르파시
요즘 나는 코딩을 거의 안 한다. AI에게 말하고, 결과를 보고, 다시 말한다. 코드를 읽는 것도 거의 포기했다. 차이(diff)가 너무 길면 그냥 '괜찮아 보인다'고 넘긴다.
— Karpathy (2025)AI의 최고 전문가조차 직접 코딩을 안 한다는 얘기다. 그만큼 AI가 코드를 잘 써주는 시대가 된 것이다. 실제로 바이브 코딩이 알려진 뒤 6개월 사이에 Replit(브라우저에서 코딩하는 도구)의 비개발자 사용자가 340% 늘었다. 의사, 교사, 변호사 같은 비IT 전문가들이 자기 아이디어를 직접 앱으로 만드는 사례가 쏟아졌다. 상담사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상담사가 직접 내담자 관리 앱, 감정 추적 도구, 상담 예약 시스템을 만드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바이브 코딩의 한계도 알아둬야 한다. AI가 만든 코드가 항상 완벽한 것은 아니다. 복잡한 기능(로그인 시스템, 결제 기능, 대규모 데이터 처리 등)은 AI 혼자 처리하기 어려울 수 있다. 보안 문제도 있다 — AI가 만든 코드에 보안 취약점이 있을 수 있고, 상담 데이터처럼 민감한 정보를 다룰 때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바이브 코딩은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빠르게 만들거나, 자기소개 같은 간단한 웹사이트를 만드는 데 적합하고, 실제 내담자 데이터를 다루는 도구는 전문 개발자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
박태웅(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은 바이브 코딩을 한국에 소개하면서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시대”라고 선언했다. 특히 상담, 교육, 의료 같은 대면 서비스 전문가들이 AI 도구를 직접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담 현장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직접 해결책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혁신이다.
웹 기술의 기초: 뼈대, 옷, 두뇌
바이브 코딩에서 AI가 만들어주는 코드는 대부분 세 가지 웹 기술로 이뤄진다.HTML은 웹페이지의 “뼈대”다. 제목, 글, 사진, 버튼 같은 것들이 어디에 배치되는지를 정한다. 마치 건물의 철골 구조와 같다. 방이 몇 개인지, 창문은 어디에 있는지를 정하는 것이다.CSS는 “옷”이다. 색깔, 글씨 크기, 여백 같은 디자인을 입힌다. 같은 뼈대라도 CSS를 바꾸면 완전히 다른 느낌의 페이지가 된다. 건물 비유로 치면, 벽지, 바닥재, 조명 같은 인테리어에 해당한다.JavaScript는 “두뇌”다. 버튼을 누르면 메시지가 나타나고, 양식을 보내면 데이터가 저장되는 동적인 동작을 담당한다. 상담 챗봇의 대화 기능도 JavaScript로 만든다. 건물 비유로 치면, 엘리베이터, 자동문, 냉난방 시스템처럼 “움직이는” 부분이다.
상담사가 이 세 기술을 외울 필요는 전혀 없다. “파란 배경에 하얀 글씨로 자기소개를 보여주는 페이지를 만들어줘”라고 말하면, AI가 알아서 HTML로 구조를 잡고, CSS로 파란색과 하얀 글씨를 넣고, JavaScript로 인터랙션을 추가한다. 다만 “배경색을 바꿔줘”는 CSS 영역이고, “버튼 클릭하면 다음 페이지로 이동해줘”는 JavaScript 영역이라는 정도만 알면 AI에게 훨씬 정확한 지시를 내릴 수 있다. 마치 자동차를 운전하기 위해 엔진 구조를 외울 필요는 없지만, “악셀은 가속, 브레이크는 감속” 정도는 알아야 하는 것과 같다.
AI에게 잘 말하는 법: 프롬프트 4원칙
바이브 코딩이 성공하려면 AI에게 내리는 지시(프롬프트)를 잘 써야 한다. Gainer(2025)는 네 가지 원칙을 제안한다. 첫째, 구체적으로 말하기. “좋은 웹사이트 만들어줘”보다 “파란색 배경에 내 이름, 사진, 상담 철학을 보여주는 한 페이지 사이트를 만들어줘”가 훨씬 좋은 결과를 낸다. 마치 카페에서 “맛있는 거 주세요”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가 확실한 것과 같다.
둘째, 한 번에 하나씩. 처음부터 완벽한 결과를 기대하지 말고, 작은 요청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발전시킨다. 마치 그림을 그릴 때 스케치를 먼저 하고, 색을 입히고, 세부 묘사를 하는 것과 같다. 셋째, 배경 설명 포함하기. “나는 상담심리학 전공 학생이고, 내담자에게 보여줄 자기소개 페이지를 만들고 싶다”처럼 목적과 맥락을 함께 알려준다. AI는 맥락을 알면 훨씬 적절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넷째, 피드백 주기. AI가 만든 결과를 보고, 고쳐야 할 점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별로야”보다 “글씨가 너무 작아서 읽기 불편하고, 색감이 차가워서 상담 센터 분위기가 안 나”가 낫다.
박태웅
이제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시대다. 코딩 교육을 넘어 AI 활용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 박태웅 (2025)이 네 원칙은 상담 면접 기술과 놀랍도록 비슷하다. 개방형 질문, 구체화, 맥락 탐색, 반영 — 상담에서 쓰는 기술이 AI와의 대화에서도 그대로 통한다. 상담 훈련을 받은 사람이 사실 AI 프롬프트도 잘 쓸 가능성이 높다.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세요”라고 내담자에게 묻는 것과 “좀 더 구체적으로 지시해줘”라고 AI에게 말하는 것 — 원리가 같다.
정리하면, 바이브 코딩 시대에 상담사에게 필요한 역량은 세 가지다. 첫째, AI에게 정확한 지시를 내리는 능력(프롬프트 역량). 둘째, AI가 만든 결과물이 내담자에게 적절한지 판단하는 능력(임상적 판단력). 셋째, 기술의 윤리적 함의를 이해하는 능력(기술 윤리 의식). 코딩 실력은 이 목록에 없다. 코드는 AI가 쓴다. 하지만 “이 도구가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는가?”를 판단하는 것은 인간 상담사만 할 수 있는 일이다.
Replit: 브라우저만 있으면 되는 개발 도구
예전에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컴퓨터에 개발 도구를 설치하고, 설정을 맞추고, 오류를 잡느라 시작 전에 지쳐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Replit은 이 과정을 전부 없앴다. 웹 브라우저에서 replit.com에 접속하고,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바로 시작할 수 있다. 설치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마치 구글 슬라이드에서 발표 자료를 만들듯, 브라우저 안에서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이다.
Replit 화면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왼쪽은 파일 목록(프로젝트에 어떤 파일이 있는지 보여준다), 가운데는 코드 편집 공간(파일 내용을 확인하고 고칠 수 있다), 오른쪽은 실시간 미리보기(코드를 바꾸면 바로 결과가 보인다)다. 핵심은 화면 아래에 있는 AI 채팅창이다. 여기에 한국어로 “프로필 사진이 있는 자기소개 페이지를 만들어줘”라고 입력하면, AI가 알아서 코드를 만들고 프로젝트에 적용한다. 이것이 Replit의 “Agent” 기능이고, 바이브 코딩의 핵심 도구다.
처음 Replit을 열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코드가 줄줄이 써 있고, 어디를 눌러야 할지 모르겠고, 뭔가 잘못 건드리면 다 망가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걱정할 필요 없다. 코드를 직접 고칠 일은 거의 없다. AI 채팅창에 원하는 걸 한국어로 말하기만 하면 된다. 혹시 잘못되더라도, Replit에는 “버전 히스토리(version history)” 기능이 있어서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마치 구글 독스에서 “수정 기록”을 보고 이전 버전으로 복원하는 것과 같다.

세네카 R. 게이너
상담사가 코드를 외울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자기가 쓰는 도구가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그 도구가 내담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 Gainer (2025, p. 89)단계별로 만들기: 한 번에 다 하지 않는다
Replit Agent를 잘 쓰려면 한 번에 모든 걸 요청하면 안 된다. 마치 레고를 조립하듯, 작은 블록부터 쌓아가야 한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이걸 “애자일(Agile) 방법론”이라고 부른다 — 작게 만들고, 확인하고, 고치고, 또 만드는 반복 과정이다.
상담 과정과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상담도 첫 회기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첫 회기에서는 관계를 맺고(rapport building), 두세 번째 회기에서 문제를 탐색하고, 이후 회기에서 변화를 시도한다. 웹 개발도 마찬가지다. 첫 단계에서 기본 틀을 잡고, 그다음 내용을 채우고, 마지막으로 디자인을 다듬는다.
1단계: 기본 틀 잡기. “간단한 자기소개 웹페이지를 만들어줘. 이름, 사진, 소개글 포함”이라고 입력한다. AI가 기본 페이지를 만들면 오른쪽 미리보기에서 결과를 확인한다. 전체 방향이 맞는지 먼저 본다. 이 단계에서는 완벽할 필요가 전혀 없다. “대략 이런 느낌이구나”만 확인하면 된다.2단계: 내용 채우기. 기본 틀이 괜찮으면 구체적인 내용을 넣는다. “관심 분야를 카드 형태로 3개 추가해줘: 인지행동치료, AI 상담, 청소년 심리. 각 카드에 아이콘과 짧은 설명 포함”처럼 구체적으로 요청한다. “카드를 추가해줘”보다 “카드 3개를 가로로 배치하고, 각각 아이콘, 제목, 설명을 포함해줘”가 훨씬 정확한 결과를 낸다.
3단계: 디자인 다듬기. “배경을 밝은 베이지색으로, 카드에 그림자 효과를 추가하고,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이 나도록 해줘”처럼 감성적인 방향을 알려줄 수 있다. 이 과정은 상담실 환경 꾸미기와 비슷하다. 상담실의 조명, 색감, 가구 배치가 내담자의 편안함에 영향을 주듯, 웹페이지의 디자인도 방문자의 첫인상을 결정한다. 따뜻한 색감(베이지, 연분홍, 연두)은 안정감을, 차가운 색감(남색, 회색)은 전문성을 전달한다.
4단계: 기능 추가. 연락처 양식, 상단 메뉴, 부드러운 스크롤 같은 기능을 하나씩 추가한다. 한 번에 하나씩 추가하고,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한 다음에 다음 기능으로 넘어간다. 연락처 양식은 특히 중요하다. 내담자가 상담을 받고 싶어도, 연락 방법을 찾기 어려우면 그냥 떠나버린다. 이메일, 전화번호, 상담 예약 링크 등을 한 곳에 모아두면 접근성이 높아진다.
각 단계에서 AI가 만든 결과를 보고,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바로바로 수정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카드의 그림자가 너무 진해. 좀 더 은은하게 바꿔줘”, “제목 글씨가 너무 작아서 눈에 안 들어와. 2배로 키워줘”처럼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주면 AI가 정확하게 수정한다. 이 과정은 상담에서 내담자에게 피드백을 주는 것과 같은 원리다 — 구체적이고 행동 중심적인 피드백이 효과적이다.
상담사 웹페이지가 주는 치료적 의미
상담사의 자기소개 웹페이지는 단순한 명함이 아니다. 내담자의 71%가 상담사를 찾아가기 전에 인터넷으로 먼저 검색한다(Psychology Today, 2024). 검색해서 아무 정보도 못 찾으면 어떻게 될까? 대부분의 내담자는 다른 상담사를 찾아간다. 상담사에게 웹 존재감(online presence)이 없다는 것은, 마치 간판 없는 가게와 같다. 음식이 아무리 맛있어도, 손님이 가게를 찾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웹페이지에서 따뜻한 소개글, 전문 분야 설명, 연락 방법을 발견한 내담자는 상담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 된다. 첫인상이 치료적 동맹(therapeutic alliance, 상담사와 내담자 사이의 신뢰 관계)의 시작인 셈이다.
치료적 동맹이 왜 중요할까?Lambert(1992)의 연구에 따르면, 상담 효과의 30%는 치료적 관계에서 나온다. 기법의 기여도(15%)보다 두 배나 높다. 내담자가 “이 상담사는 나를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갖고 상담에 오면, 실제로 치료 효과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웹페이지는 그 “기대”를 만들어주는 첫 번째 접촉점이다.

세네카 R. 게이너
웹사이트를 만드는 행위는 자기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행위다. 자신의 전문성, 가치관, 돕고 싶은 대상을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으면 한 줄의 소개글도 쓸 수 없다.
— Gainer (2025, p. 103)그래서 자기소개 페이지를 만드는 실습은 기술 훈련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나는 어떤 상담사인가?”, “내가 가장 돕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 “내 상담 철학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 자체가 상담사 정체성을 다듬는 일이다. 아직 상담사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어떤 상담사가 되고 싶은지”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전문가 정체성 형성(professional identity formation)의 시작이다.
실제로 자기소개 페이지를 만들어본 학생들의 피드백을 보면, 기술적인 부분보다 내용을 쓰는 과정이 더 어려웠다는 반응이 많다. “내 관심 분야를 세 개 골라야 하는데,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 “상담 철학이라고 쓸 만한 게 아직 없다” 같은 고민이다. 이런 불확실함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전문가 정체성은 한순간에 형성되는 게 아니라, 경험과 성찰을 통해 점진적으로 발달한다. 지금 모호한 것이 5년 뒤에는 선명해진다.
좋은 웹페이지의 원칙 = 좋은 상담실의 원칙
Steve Krug(2014)는 저서 『Don't Make Me Think』에서 이렇게 말했다 — “좋은 웹사이트는 사용자가 머리를 안 써도 되는 웹사이트”라고. 이건 상담 환경과 똑같다. 상담실의 온도, 조명, 소음이 적절해야 내담자가 자기 내면에 집중할 수 있듯, 웹페이지도 글씨 크기, 색상, 메뉴 구조가 직관적이어야 방문자가 내용에 집중할 수 있다.

스티브 크루그
사용자가 웹페이지에서 0.1초도 고민하지 않도록 만들어라. 고민하는 순간, 그 에너지는 당신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에서 빠져나간다.
— Krug (2014)Jakob Nielsen(2024)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웹페이지에 도착한 뒤 10초 안에 머물지 떠날지 결정한다. 상담사 웹페이지의 첫 화면에 어떤 메시지를 담을 것인가 — 이 선택이 곧 상담사의 전문적 자기 표현 전략이다. Nielsen의 사용성 원칙 중 상담 도구에 특히 관련되는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지금 뭐가 진행 중인지 보여줘라”(상태의 가시성) — AI 챗봇이 답변을 만드는 중일 때 로딩 표시를 보여주는 것. 둘째, “실수를 미리 막아라”(오류 방지) — 위기 상황에서 잘못된 버튼을 누르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다는 것. 셋째, “군더더기를 없애라”(미니멀 설계) — 핵심 메시지에 집중하게 하는 것.
이 원칙들은 상담 회기 설계에도 적용된다. 상담사가 회기의 구조를 명확히 안내하고(상태의 가시성), 안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오류 방지), 핵심 주제에 집중하도록 돕는 것(미니멀 설계) — UX 디자인과 상담 설계가 공유하는 원칙이 생각보다 많다. 이것이 이 수업에서 기술과 상담을 함께 배우는 이유다. 기술적 원리를 이해하면 상담 원리도 더 선명하게 보이고, 상담 원리를 이해하면 기술을 더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 둘은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다.

안드레이 카르파시
코딩을 배우는 게 아니다. AI와 대화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정확한 지시를 내리는 능력 — 이것이 바이브 코딩 시대의 핵심 역량이다.
— Karpathy (2025)실습: Replit Agent로 자기소개 웹페이지 만들기
이번 실습의 목표는 두 가지다. 첫째, 바이브 코딩을 직접 해본다 — AI에게 말로 지시해서 웹페이지를 만드는 경험이다. 둘째, 자기소개 페이지를 쓰면서 “나는 어떤 상담사가 되고 싶은가?”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본다. 실습은 수업 시간에 함께 진행하고, 완성된 URL을 서로 공유한다.
왜 자기소개 페이지일까? 상담 수련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하는 작업 중 하나가 “자기 탐색”이다. 나는 왜 상담사가 되고 싶은지, 어떤 내담자를 만나고 싶은지, 나의 강점과 한계는 무엇인지를 깊이 들여다보는 과정이다. 자기소개 웹페이지를 만드는 것은 이 자기 탐색을 구체적인 결과물로 바꾸는 작업이다. 추상적인 생각을 글로 쓰고, 디자인으로 표현하면서, 자기 안의 모호한 것들이 명확해진다.
먼저 replit.com에 접속해서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한다. 홈 화면에서 “+ Create Repl” 버튼을 누르고, 템플릿으로 “HTML, CSS, JS”를 선택한다. 프로젝트 이름은 “my-counselor-page” 같은 걸로 정한다. 프로젝트가 만들어지면 왼쪽에 파일 목록, 가운데에 코드, 오른쪽에 미리보기가 보인다. 아래쪽 AI 채팅창이 Replit Agent다.
처음에 빈 화면을 보면 막막할 수 있다. 걱정하지 말자. 우리는 코드를 쓰는 게 아니라, AI에게 말로 지시를 내리는 것이다. 마치 인테리어 업체에 “이런 분위기의 카페를 꾸며주세요”라고 요청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할 일은 어떤 느낌의 페이지를 원하는지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고, 기술적인 구현은 AI가 담당한다.
좋은 프롬프트 vs 나쁜 프롬프트
실습하면서Gainer(2025)의 프롬프트 4원칙 — 구체성, 단계적 접근, 맥락 제공, 피드백 — 을 의식적으로 적용해보자. 좋은 프롬프트와 나쁜 프롬프트의 차이는 확실하다.
나쁜 예: “이쁘게 만들어줘” — AI가 뭘 이쁘다고 생각할지 기준이 없다. 좋은 예: “상담 센터 분위기와 어울리는 따뜻한 색감 디자인으로, 메뉴는 상단 고정, 본문은 세리프 글꼴로 해줘” — AI에게 감성 기준(따뜻한, 상담 센터)과 구체 사양(상단 고정, 세리프 글꼴)을 동시에 준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보자. 나쁜 예: “프로필을 넣어줘” — 어떤 프로필? 사진? 글? 좋은 예: “페이지 상단에 프로필 사진을 원형으로 크게 넣고, 그 아래에 이름을 굵은 글씨로, 소속과 전공을 작은 글씨로 넣어줘” — 위치, 모양, 크기, 순서를 모두 명시한 것이다. 상담에서 내담자에게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AI에게도 구체성이 핵심이다.
흔한 실수 세 가지도 알아두자. 첫째, 한 번에 너무 많이 요청하기 — 10가지를 한꺼번에 시키면 AI가 일부를 빼먹거나 품질이 떨어진다. 마치 상담에서 한 회기에 10가지 주제를 다루려 하면 하나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것과 같다. 둘째, 모호한 지시 — “좀 더 좋게”, “뭔가 부족해”는 AI가 해석하기 어렵다. “제목 글씨를 더 크게 하고, 여백을 넓혀줘”가 낫다. 셋째, 맥락 안 주기 — 새 대화를 시작할 때는 프로젝트 배경을 다시 설명해야 한다. AI는 이전 대화를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AI가 실수했을 때: 디버깅의 기초
AI가 항상 완벽한 결과를 내놓지는 않는다. 배경색을 바꿔달라고 했는데 글씨 색만 바뀐다거나, 카드가 가로로 배치되어야 하는데 세로로 쌓인다거나 하는 일이 생긴다. 이럴 때 당황하지 말고, “방금 한 변경을 되돌려줘”라고 말하면 된다. 또는 “배경색이 아니라 카드의 배경색을 바꿔줘”처럼 더 구체적으로 다시 지시하면 된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오류를 찾고 고치는 과정을 “디버깅(debugging)”이라고 부른다. 바이브 코딩에서의 디버깅은 코드를 직접 고치는 게 아니라, AI에게 문제를 정확히 설명하는 것이다. “잘 안 돼”보다 “두 번째 카드의 아이콘이 안 보여. 첫 번째 카드는 잘 보이는데 두 번째만 문제야”가 훨씬 효과적이다. 이것도 상담 기술과 같다 — 내담자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구체적인 질문이 필요하듯, AI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세네카 R. 게이너
상담사가 기술 도구를 직접 만들 때, 내담자의 필요를 가장 정확히 반영하는 도구가 탄생한다. 기술적 완벽성보다 치료적 적절성이 우선이다.
— Gainer (2025, p. 115)
제이콥 닐슨
사용자는 웹페이지를 읽지 않는다. 훑어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사용자의 판단을 결정한다.
— Nielsen (2024)Nielsen의 이 원칙을 상담사 웹페이지에 적용하면, 페이지의 가장 위에는 내담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정보 — “이 사람은 누구인가?”, “나를 도와줄 수 있는가?” — 가 와야 한다. 상담 철학이나 학력 같은 세부 정보는 아래에 놓는다.
박태웅
이제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시대다. 코딩 교육을 넘어 AI 활용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 박태웅 (2025)참고 문헌
- Gainer, S. R. (2025). The counseling singularity: AI integration in therapeutic practice. Professional Publishing.
- Karpathy, A. (2025). Vibe coding [Blog post]. Retrieved from https://karpathy.ai
- Krug, S. (2014). Don't make me think, revisited: A common sense approach to web usability (3rd ed.). New Riders.
- Mozilla Developer Network. (n.d.). Web technology for developers. https://developer.mozilla.org
- Nielsen, J. (2024). Usability 101: Introduction to usability. Nielsen Norman Group. https://www.nngroup.com
- Pew Research Center. (2024). Americans' use of AI tools for mental health. Pew Research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