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휴먼을 만드는 법

비전공자를 이틀 만에 프로덕트 엔지니어로 만드는 법

AI한테 먼저 물어보면서 하세요

최근 Product Engineer를 채용하면서 내가 했던 말이다. "모르는 게 나올 때 저에게 물어보지 말고, 먼저 AI한테 물어보면서 진행해보세요. AI와 함께 스스로 학습해가면 금방 적응하실 거예요."

슈퍼휴먼 방식으로 일하다 보니, 나는 한 주에 베타 버전 앱을 세 개씩 만들게 되었다. 출시를 앞둔 서비스, 이미 베타에 들어간 서비스, 만들다가 중단한 실험적 서비스들까지 너무 많은 것을 동시에 만들고 운영하다 보니 결국 한계가 왔다. 그래서 나와 동일한 속도로 움직일 또 다른 슈퍼휴먼이 필요했다.

Product Engineer는 프로덕트 기획부터 UX 디자인, AI와 협업한 실제 구현, 프로젝트 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스스로 정의하고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역할이 전통적 의미의 '엔지니어'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무엇을 만들지 정의하는 능력과 AI를 활용한 자기학습 능력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Product Manager 출신을 컨택했고, 단 이틀의 교육으로 PM을 Product Engineer로 전환시켰다.

김진실 매니저는 라디오 PD로 시작해 콘텐츠 매니저, PO/PM을 거친 사람이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정의하는 기획력이 이미 있었다. AI 시대에 코딩은 AI가 해준다. 하지만 "뭘 만들지"는 여전히 사람이 정해야 한다. 그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이틀은 충분했다. AI 시대에는 인재상도 바뀌고, 채용 기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PM을 Engineer로, 이틀간의 온보딩

엔지니어링 배경이 전혀 없는 김진실 매니저에게 엔지니어링을 가르쳐주기로 했다. 물론 컴퓨터 공학 4년 과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AI 부트캠프 6개월 과정을 가르치는 것도 아니다. 바이브 코딩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을 만큼만 가르쳐 주었다. 오히려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그 지식의 깊이가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하는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첫째 날 오전에는 터미널 기초를 가르쳤다. pwd로 현재 위치 확인, cd로 폴더 이동, mkdir로 폴더 생성, ls로 목록 보기. 이 4가지 명령어만 알면 된다. 오후에는 개발 환경을 설정했다. Git 설치, Node.js 설치, VS Code 설치. 그리고 데스크톱에 workspace 폴더를 만들어 모든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습관을 들였다.

둘째 날 오전에는 Claude Code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Claude Code 설치, 기본 사용법, CLAUDE.md 파일 작성법. AI에게 컨텍스트를 주는 방법까지. 오후에는 바로 실제 프로젝트에 투입했다. "모르는 거 나오면 저한테 물어보지 말고, AI한테 먼저 물어보면서 진행해보세요."

이게 전부였다. 이틀 후 김진실 매니저는 실제 프로젝트에서 코드를 수정하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버그를 고치기 시작했다. 물론 완벽하진 않았다. 하지만 AI와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핵심은 "AI한테 먼저 물어봐"라는 한 문장이었다. 모르는 게 나올 때마다 나에게 물어보는 게 아니라, AI에게 먼저 물어보고, AI의 답을 보고 이해가 안 되면 다시 AI에게 물어보고, 그래도 안 되면 그때 나에게 오라고 했다. 놀랍게도 나에게 오는 질문은 거의 없었다.

AI와 협업하는 최소한의 인터페이스

이틀간의 온보딩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무엇을 가르칠지가 아니라 무엇을 안 가르칠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가르친 것은 터미널 기본 명령어 4개, Git의 개념, Claude Code 설치와 사용법, CLAUDE.md로 컨텍스트 주는 법, 그리고 "막히면 AI한테 물어봐"라는 마인드셋이었다.

안 가르친 것은 프로그래밍 언어 문법, 자료구조, 알고리즘, 컴퓨터 구조,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 이론, 소프트웨어 공학 방법론이었다. 왜 안 가르쳤을까? AI가 다 해주니까.

JavaScript 문법을 몰라도 된다. AI에게 "이 버튼 클릭하면 모달 뜨게 해줘"라고 하면 AI가 코드를 써준다. 자료구조를 몰라도 된다. "이 데이터를 날짜순으로 정렬해줘"라고 하면 AI가 알아서 한다. 데이터베이스 이론을 몰라도 된다. "사용자 정보 저장하고 불러오는 기능 만들어줘"라고 하면 Firebase 연동까지 AI가 해준다.

그렇다면 2일 동안 가르친 것들은 왜 필요했을까? 터미널 명령어 4개는 AI와 소통하는 언어였다. AI가 "터미널에서 npm install 실행하세요"라고 할 때 터미널이 뭔지 모르면 멈춘다. Git은 협업의 기본 문법이었다. 내가 만든 코드와 그녀가 만든 코드를 합치려면 Git이 필요하다. Claude Code는 AI를 부리는 도구였다. ChatGPT 웹에서 코드 복사해서 붙여넣기 하는 것과 Claude Code로 바로 코드가 수정되는 것은 생산성에서 10배 차이가 난다.

결국 가르친 것은 "AI와 협업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터페이스"였다. 프로그래밍을 가르친 게 아니라 AI 프로그래머와 일하는 법을 가르친 것이다.

기획자의 질문

AI Transformation 특강에서 한 기획자가 질문했다. "바이브 코딩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했는데, 백엔드를 모르니까 뭘 시켜야 할지조차 몰랐어요. 공부를 해야 할까요, 아니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할까요?"

AI와 대화하려면 최소한의 언어가 필요하다.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자가 아는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다. 부트캠프 수료생이 아는 정도도 필요 없다. 하지만 바이브 코딩을 하려면 기초는 알아야 한다. 깃허브가 뭔지, 백엔드가 어떤 역할인지, 10만 명이 쓰는 앱을 만들려면 어떤 고려가 필요한지.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나는 원래 디자인을 전혀 몰랐다. 백엔드 엔지니어였으니까. 하지만 디자인 책을 사서 첫 30페이지만 읽었다. 그랬더니 AI와 디자인 용어로 대화할 수 있게 됐다. 얼라인먼트, 픽셀, 코너 래디우스. 이런 단어로 AI에게 지시하니까 결과물의 품질이 올라갔다. 이만큼은 알아야 하고, 이만큼 이상은 알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왔다.

인재를 보는 새로운 기준

나는 학부 때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컴퓨터 과학이나 공학은 근처에도 못 갔다. 원체 이과적인 머리 자체가 아니었다. 그래서 늘 내가 모르는 컴퓨터 공학 지식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 2012년 트위터에 자연언어처리 엔지니어로 입사했을 때 연봉 2억 원을 받았다. 4년 후 에어비앤비에 갈 때쯤에는 5억 원이 되었다. 그런데 거기서 멈췄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실력이 뛰어난 다른 친구들의 연봉은 7억을 넘어 10억으로 가고 있었다.

나에게는 한계가 있었다. 꼼꼼하게 코드 리뷰를 못 하는 성격, 아니 뇌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코드를 꼼꼼하게 읽고 피드백을 주는 것은 시니어 엔지니어의 매우 중요한 자질이다. 나는 그걸 이상하리만큼 못했다. 내 코드는 진짜 잘 썼는데 남의 코드를 읽는 것은 진짜 못했다. 실리콘밸리의 마켓은 그 한계를 숨기려고 해도 기가 막히게 잘 알아본다. 나의 가치는 연봉 5억 시니어 엔지니어에서 멈춰 섰다.

그런데 2022년 11월 ChatGPT 3.5가 나왔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갑자기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 내가 정말 못하던 코드 리뷰도 AI가 해주고, 트위터에서 어렵게 해결하던 자연언어처리도 한 방에 되었다.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던 코딩도 해주고, 법무, 재무, 세무, 행정에 대해 기본 지식을 다 가르쳐주었다.

AI 시대에 인재 기준이 뒤집혔다. 과거에는 10년 경력 시니어 엔지니어, 컴공 석사, 알고리즘 대회 수상이 좋은 인재의 기준이었다. 현재는 이틀 교육받은 비전공자가 AI와 함께 같은 일을 해낸다. 영문과 출신이 5억 연봉 엔지니어가 된 것도 놀라운 일이었는데, 이제는 콘텐츠 팀장 출신이 이틀 만에 코드를 만지기 시작했다. 10년 전의 나보다 지금의 김진실 매니저가 더 빠르게 배우고 있다. AI가 있으니까.

그렇다면 이제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할까? 무엇을 봐야 할까? 첫째, 학습 민첩성이다. 새로운 도구를 30분 안에 파악해서 활용할 수 있는 능력. 특정 도구를 완벽히 아는 것보다 처음 보는 도구를 빠르게 익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김진실 매니저는 Claude Code를 처음 봤지만 반나절 만에 기본 사용법을 익혔다.

둘째, "AI한테 먼저 물어보는" 자세다. 막히면 사람에게 바로 물어보는 게 아니라 AI에게 먼저 물어보는 습관. 이 습관 하나가 학습 속도를 10배로 만든다. 모르는 게 나올 때마다 사람을 기다릴 필요가 없으니까.

셋째, 돌파력이다. 완벽한 지식이 아니라 "일단 해보고 부딪히는" 태도. AI가 틀린 답을 줄 때도 있다. 그때 "AI가 틀렸네, 못 쓰겠다"가 아니라 "다시 물어보자, 다르게 물어보자"로 가는 사람. 프롬프트를 15번 바꿔가며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

경력 10년보다 지난 1년간 무엇을 배웠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화려한 이력서보다 "직접 만들어본 경험"이 더 중요해졌다. 혼자 잘하는 사람보다 AI와 함께 잘하는 사람이 더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