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time AI Collaboration
앞 장에서 AI에게 일을 시키는 것이 새로운 업무가 된 시대를 살펴봤다. 개인이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었다. 이번 장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간다. 개인이 아니라 팀이, 각자의 자리가 아니라 회의실에서, AI와 함께 일하는 방식이다.
태재미래전략연구원에서 내가 경험한 가장 큰 변화는 회의 방식의 완전한 전환이었다. 2024년 4월, 우리는 단순히 새로운 AI 도구를 들여오는 수준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 자체에 변화를 시도했다. 'Real-time AI Collaboration'은 그 출발점이자 전환의 순간이었다.
이제 우리의 회의는 더 이상 각자 준비한 자료를 공유하는 시간이 아니다. 회의실에 들어서면 55인치 모니터에 Claude나 ChatGPT가 켜져 있고, 첫 질문은 늘 같다. "오늘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우리는 그 자리에서 AI에게 질문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며, 아이디어를 즉석에서 생성하고 검증한다. 회의는 사전에 준비한 정보를 교환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아니라 즉석에서 질문하고 토론하며 결과를 만들어내는 시간이 되었다.
가장 극적인 전환을 보여준 순간은 '한국 AI 거버넌스 연구' 프로젝트 킥오프 미팅이었다. 전통적인 방식이라면 팀원들이 일주일간 개별 조사 후 모여 발표하고, 또 다음 조사를 과제로 남기며 회의가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 우리는 달랐다. 단 70분 만에, 기존 방식으로는 1주일 이상 걸릴 작업보다 더 깊고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이 극적인 차이는 단순히 속도가 빨라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업무 자체가 '분절된 개인 작업'에서 '실시간 공동 창조'로 전환된 결과였다.
대부분의 조직이 여전히 20세기에 살고 있다
AI가 등장한 지 3년이 지났지만, 대부분의 회의실 풍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누군가는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넘기고, 참석자들은 노트북 화면을 보거나 메모를 하고 있다. 발표가 끝나면 몇 가지 질문이 오가고, 마지막에는 늘 같은 말이 따라온다. "이 부분은 다음 주까지 추가로 검토해주세요."
회의 준비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는 개인은 많아졌지만, 정작 회의 자체에 AI를 통합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대부분의 회의는 20세기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 각자가 개별적으로 작업한 내용을 공유하고, 다음 할 일을 정한 뒤, 다시 흩어져 혼자 작업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에는 치명적인 구조적 문제가 있다. 실제로 중요한 아이디어와 통찰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화할 때 가장 많이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직이 회의에서는 '논의'만 하고, '실행'은 각자 흩어져서 한다. 창조적 에너지가 가장 높은 바로 그 순간에, 우리는 헤어진다.
개인 작업 과정에서 프로젝트는 자주 정체된다. 확신이 없고, 검토가 필요하고, 누군가의 피드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회의까지 기다리고, 답장을 기다리고, 진행이 끊긴다. "이 모든 기다림이 사라진다면?" Super Work는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했다.
이 챕터의 핵심 메시지는 단순하다. 회의에서 AI와 함께 실시간으로 창조하면, 속도와 품질이 동시에 올라간다. 더 빨리, 더 좋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둘 다 얻는 것이다.
Super Work 회의: 협업 중심의 실시간 실행
우리 연구소에서 발견한 가장 큰 혁신은 업무 패턴의 완전한 역전이었다. 전통적 방식이 90% 개별 작업 + 10% 회의였다면, Super Work 방식은 50% 협업 회의 + 50% AI 지원 작업이다. 처음 이 방식을 제안했을 때 팀원들은 우려했다. "회의를 그렇게 많이 하면 개인 연구 시간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요?" 하지만 실제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협업 회의 시간이 늘었지만, 개인 작업의 질과 속도는 오히려 더 높아졌다. 왜냐하면 회의에서 이미 방향, 구조, 논리가 모두 정리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회의가 끝나면 "이제 일을 시작해볼까?"였다면, 이제는 "와, 벌써 여기까지 왔네."가 된다. 회의가 끝났는데, 이미 반이 완성되어 있다. 이것이 Super Work가 만들어낸 가장 큰 변화다.
실시간 AI 협업의 실제: 회의실에서 벌어지는 창조
그렇다면 Super Work 회의는 구체적으로 어떤 풍경일까? 우리가 진행했던 실제 회의를 들여다보자.
한 팀원이 아이디어를 던진다. "1장 시나리오는 자율주행 사고로 하면 어떨까?" 그 즉시 우리는 Claude에게 요청한다. "책임 소재가 서로 다른 시나리오 세 가지 만들어줘." Claude가 시나리오를 생성하는 그 짧은 틈을 타, 다른 팀원은 이미 Google Docs에서 2장 개요를 잡기 시작한다. 한 사람이 쓰고 나머지가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동시에 문서를 만들어간다.
"이 표현 너무 딱딱한데?"라는 피드백이 나오면, "수정해서 다시 가져와"라고 말하지 않는다. 바로 그 자리에서 AI에게 시킨다. "이 문장을 세 가지 톤으로 바꿔줘: 전문적인 버전, 친근한 버전, 단호한 버전." 결과가 나오면 팀은 즉시 하나를 골라 반영한다. 생각과 실행 사이의 시차(Time-lag)가 사라진다.
의견이 갈릴 때도 마찬가지다. A안과 B안을 놓고 논쟁하며 감정을 소모하지 않는다. 대신 AI에게 묻는다. "A안의 장점과 B안의 장점을 살리면서, 각각의 리스크를 보완하는 제3의 안을 찾아줘." 갈등은 승자와 패자를 만드는 싸움이 아니라, 더 나은 대안을 찾는 창조의 재료가 된다.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도 즉각적으로 이루어진다. "우리 데이터가 이 가설을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오면 다른 회의를 잡지 않는다. AI가 즉시 분석해서 인사이트를 화면에 띄우고, 그 자리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내린다. 추측과 직감이 아닌 실제 수치를 근거로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에, 이후에 "그때 왜 그렇게 결정했지?"라는 의문이 생기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는 멈추지 않고, 기다리지 않고, 묻고, 토론하고, 즉시 적용했다. 회의가 끝났을 때 우리 눈앞에는 12페이지짜리 문서가 놓여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초안이 아니라, 네 명의 전문가와 AI가 실시간으로 다듬어낸 완성형 결과물이었다. 단 3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다.
대기 시간의 소멸
Super Work의 진짜 혁신은 단순한 속도 향상이 아니라 '작업이 흘러가는 방식 자체'가 달라진 데 있다. 전통적인 프로젝트를 떠올려보자. 겉으로는 1년짜리 프로젝트처럼 보이지만, 실제 작업 시간을 합쳐보면 세 달이면 충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머지 9개월은 대부분 '대기 시간'이다. 피드백을 기다리고, 회의 일정을 맞추고, 승인과 검토를 기다리고, 3개월 뒤에야 "이 방향 아니었네!"를 깨닫는 시간들.
Super Work는 이 대기 시간을 통째로 제거한다. 실시간 공동 작업과 즉각적인 피드백 덕분에, 대기와 방향 수정 자체가 거의 사라진다. 실제 지표로 확인해보면, Super Work 전환 이후 프로젝트 완료 기간이 12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됐다. 수정 사이클은 2~3주에서 실시간으로 바뀌었다.
속도를 넘어선 효과
Super Work 방식은 속도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작업물의 질 자체를 끌어올린다. 혼자 만든 문서는 한 사람의 관점과 맹점을 그대로 담는다. 반면 실시간 협업으로 만든 결과물에는 여러 관점이 동시에 반영된다. 한 사람이 놓친 허점을 다른 사람이 짚어내고, 그 자리에서 바로 보완된다.
주니어 팀원의 성장 속도도 달라진다. 전통적인 조직에서 주니어가 가장 많이 배우는 순간은 시니어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볼 때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무가 개인 단위로 진행되면 그런 기회는 드물다. Super Work 회의에서는 모든 사람이 시니어의 사고 과정을 실시간으로 목격한다. "어떤 질문을 AI에게 던지는가,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왜 그 방향을 선택하는가"를 직접 보면서 주니어의 역량이 눈에 띄게 빨리 성장한다.
팀의 정렬도 강화된다. 누군가 혼자 만든 기획안을 회의에서 발표하면, 듣는 사람들은 속으로 의심한다. "이게 정말 최선일까?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하지만 함께 만든 결과물은 다르다. 그 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에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모두가 안다. 대안들이 검토되고 기각된 이유도 함께 경험했다. 자연스럽게 결과물에 대한 헌신이 높아지고, 실행 단계에서 저항이 줄어든다.
무엇보다 창의성의 폭발이 일어난다. "만약 이걸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라는 한 사람의 말에 다른 사람이 "그러면 저건 어떻게 되지?"라고 반응하고, AI가 즉시 그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해준다. 이런 창발적 아이디어는 여러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자유롭게 발언하고, 그 발언이 즉시 검증되는 환경에서만 탄생할 수 있다.
Super Work 전환 이후 회의가 끝나고 나면 모든 사람이 "우리가 진짜 대단한 것을 만들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런 경험이 누적되면서 팀 전체의 자신감과 창의성이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된다.
Super Work 구현 가이드
그렇다면 어떻게 Super Work를 시작할 수 있을까? 우리 연구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가장 현실적이고 즉시 실행 가능한 가이드를 정리했다.
1단계: 도구 준비
Super Work를 위한 기술적 인프라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핵심은 실시간 공유와 동시성이다. 큰 화면에 AI 도구를 연결하고, 실시간 문서 도구를 준비하고, 즉석 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환경을 갖추면 된다. 모든 참가자가 동시에 기여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핵심이다.
우리 연구소는 회의실 55인치 모니터에 Claude와 Google Docs를 나란히 띄워둔다. 모든 팀원이 같은 문서에 실시간으로 접속하고, 한 사람이 AI에게 질문하는 동안 다른 사람은 문장을 다듬고, 또 다른 사람은 데이터를 찾는다. 중요한 것은 누구도 기다리지 않는 흐름이다.
2단계: 회의 문화 전환
도구보다 어려운 변화는 사람의 행동 패턴이다. 보고에서 창조로, 토론에서 실험으로, 결정에서 검증으로 전환해야 한다. 준비된 내용을 발표하는 시간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맞다·틀리다 논쟁보다 실제로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완벽한 결정을 찾기보다 빠른 검증으로 학습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장 큰 도전은 "'준비하지 않고 회의에 오기'에 익숙해지는 것"이었다. 우리는 오랫동안 '준비는 예의'라고 배워왔다. 그러나 Super Work에서는 지나친 준비가 오히려 장애가 된다. 이미 머릿속에서 결론을 정해오면, 회의는 협업이 아니라 설득 게임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규칙 하나를 세웠다. "회의에는 질문과 인사이트를 가져오되, 답은 가져오지 않는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 규칙 하나가 회의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준비 부담은 줄고, 회의의 즐거움은 오히려 커졌다.
3단계: AI 협업 기술 개발
Super Work의 효과는 결국 팀의 AI 활용 역량에 비례한다. 한 사람이 AI를 잘 다루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팀 전체가 프롬프팅 기술을 공유하고,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AI 활용법을 최적화해야 한다. 재무 전문가는 재무 분석에 특화된 프롬프트 패턴을 개발하고, 마케팅 전문가는 마케팅 전략 도출에 효과적인 질문법을 익힌다. 동시에 AI와 인간 사이의 역할 분담 원칙이 암묵적으로 형성되어야 한다. 어떤 작업은 AI에게 맡기고, 어떤 판단은 인간이 내리는지에 대한 팀 내 합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조직 내에서 'AI 스킬 셰어링' 시간을 따로 마련하는 것을 추천한다. 누군가는 "Claude에게 3가지 버전을 요청하는 프롬프트 패턴"을 공유하고, 또 누군가는 "AI에게 역할을 부여하면 답변의 깊이가 달라진다"는 팁을 공유할 것이다. 이런 작은 기술들이 쌓이며 팀의 AI 협업 역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Super Work의 미래
Super Work는 단순히 회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조직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를 재설계하는 것이다. 앞으로 10년 안에, Super Work 방식으로 일하는 조직과 전통적 방식을 고수하는 조직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Super Work가 촉발하는 조직의 변화는 근본적이다. 이메일과 문서 기반의 비동기 소통이 실시간 공동 작업으로 대체된다. 회의 전에 자료를 준비하는 시간이 줄고, 회의 중에 함께 창조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한 사람이 발표하고 다른 사람들이 듣는 구조가 사라지고, 모두가 동시에 기여하며 함께 결정을 내리는 구조가 자리 잡는다. 혼자 하는 일의 비중이 줄고 함께 하는 일의 가치가 극대화된다. 이것은 단순한 도구의 변화가 아니라 조직이 생각하고 결정하는 방식 자체의 전환이다.
하지만 이 전환은 쉽지 않다. 기술보다 어려운 것은 사람의 습관과 조직 문화다. 20년간 전통적 방식으로 일해온 사람들에게 "이제부터 회의에서 즉석으로 만들어갑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큰 도전이다.
그래서 태재미래전략연구원은 점진적 전환을 택했다. 한 번에 모든 회의를 Super Work 방식으로 바꾸지 않았다. 먼저 주간 프로젝트 미팅 하나만 바꿨다. 3개월 동안 실험하고, 피드백을 받고, 개선했다. 성공을 확인한 후에야 다른 회의로 확대했다.
당신의 조직도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다. 다음 프로젝트 킥오프 미팅에서, AI를 켜고 함께 문서를 만들어보라. 그 경험이 당신의 조직을 바꾸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러나 도구와 방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Super Work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일하는 사람의 사고방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다음 장에서는 AI 시대에 필요한 근본적인 마인드셋 전환을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