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역할의 진화
AI 시대에 가장 극적으로 변할 역할은 바로 매니저다. 전통적으로 매니저는 사람을 관리했다. 일을 배분하고, 진행을 체크하고, 결과를 취합했다. 하지만 AI가 등장하면서 이 공식은 깨졌다.
팀원 중 누군가가 Claude나 ChatGPT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혼자서 3~4인분의 몫을 해내기 시작하면, 기존의 관리 방식은 무력해진다. 근태를 체크하고 업무량을 배분하는 식의 기계적 관리로는 이 폭발적인 생산성을 담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 매니저는 필연적으로 혼란에 빠진다. "내가 관리해야 할 것은 사람인가, AI인가?"
이제 답을 바꿔야 한다. 답은 "둘 다"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매니저는 더 이상 개별 업무나 사람의 시간을 관리하지 않는다. 대신 "AI와 사람이 협업하는 워크플로우(Workflow)와 시스템"을 관리한다. 역할이 감독관에서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바뀌는 것이다.
일하는 방식의 4단계 진화
매니저 역할의 변화는 단계적으로 일어난다.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조직마다 속도는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이 4단계를 이해하면 당신의 조직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명확해진다.
1단계: 전통적 매니저 (×2.5 생산성)
실무자들이 AI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어떤 직원은 50%의 도움을 받아 생산성을 2배 높인다. 또 다른 직원은 80%를 AI로 대체해 생산성을 5배 높인다. 매니저는 여전히 사람들을 관리하고, 조직 전체로는 2.5배 정도의 생산성 향상을 이룬다.
이 단계에서 대부분의 매니저는 AI를 "직원들의 보조 도구" 정도로 인식한다. "ChatGPT 써보니까 어때?" 정도의 관심만 보이고, 자신은 여전히 기존 방식대로 일한다. 문제는 이 단계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AI를 적극 활용하는 팀원과 그렇지 않은 팀원 사이의 생산성 격차가 급격히 벌어지기 시작한다.
2단계: AI를 관리하는 매니저 (×100 생산성)
어느 순간, 매니저는 실무자가 아닌 AI에게 일부 업무를 분담한다. "이 분석, AI한테 돌려볼게"라는 말이 자연스러워진다. 매니저가 여러 AI 부하들을 직접 관리하기 시작하면 질적 전환이 일어난다.
실무자와 매니저의 차이가 여기서 드러난다. 실무자는 "이 보고서 초안 작성해줘"라고 단일 태스크를 요청한다. 반면 매니저는 "경쟁사 5개 분석하고, 우리 전략 3가지 시나리오 만들고, 각 시나리오별 리스크 평가해줘"라고 복합 태스크를 요청할 수 있다. 이 '맥락 활용의 차이'가 생산성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인다.
실무자는 자신의 업무 범위 안에서만 AI를 활용할 수 있지만, 매니저는 전체 프로젝트의 맥락을 알고 있다. 이 맥락이 AI 활용의 품질을 결정한다. 경쟁사 분석 하나를 하더라도, 실무자는 "분석해줘"라고 하지만, 매니저는 "우리가 다음 분기에 진입하려는 시장과 겹치는 경쟁사 5개를 선정하고, 각각의 가격 전략과 고객 세그먼트를 분석한 뒤, 우리의 차별화 포인트 3가지를 도출해줘"라고 요청할 수 있다. 매니저의 생산성은 100배로 뛴다.
3단계: 모두가 매니저가 된다 (×1,000 생산성)
더 놀라운 변화는 그 다음에 온다. 2단계에서 AI를 활용하던 실무자들도 이제 여러 AI를 직접 관리하는 '중간 매니저'가 된다. 그들은 더 이상 단일 태스크가 아닌, 복합 프로젝트를 AI 팀과 함께 수행한다.
조직은 두 계층으로 나뉜다. 최상위 매니저는 중간 매니저와 AI 부하들을 함께 관리하며 100배 생산성을 달성한다. 중간 매니저는 AI 부하들을 관리하며 10배 생산성을 달성한다. 매니저가 매니저를 관리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조직 전체의 생산성은 1,000배로 증폭한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직함"이 아니라 "역할"이 매니저를 정의한다는 것이다. 입사 2년차 주니어도 자신의 프로젝트 범위 내에서는 AI 팀을 이끄는 매니저가 된다. "매니저"가 직급이 아니라 기능이 되는 순간이다.
4단계: 슈퍼휴먼의 슈퍼워크 (수평적 무한 확장)
최종 진화는 수평적 협업이다. 3단계의 수직적 계층 구조가 수평적 네트워크로 재편된다. 각 매니저는 자신의 AI 팀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도, 다른 매니저들과 동등한 파트너로 협업한다.
핵심 특징은 세 가지다. 각 매니저가 AI 부하들을 관리하며 각자 100배 생산성을 유지한다. 상하 명령 체계 대신 실시간 협업이 이루어진다. 필요에 따라 매니저 수를 무한히 확장할 수 있다. 마케팅 매니저는 AI 부하들로 캠페인을 실행하고, 제품 매니저는 AI 부하들로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고, 서로의 결과물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조율한다. 조직은 더 이상 "위계"가 아닌 "연결망"으로 작동한다.
이 단계의 조직에서는 "보고"가 사라진다. 대신 "공유"가 있다. 모든 작업은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개되고, 누구나 필요한 정보에 즉시 접근할 수 있다. 매니저 간 회의는 "진행 상황 보고"가 아니라 "전략 조율"과 "문제 해결"에 집중한다.
"AI한테 돌려봐"가 업무 지시가 된 순간
어느 날 오후, 우리 팀원이 신규 계약 건의 가격 책정 방식을 물었다. 나는 월 100건 프롬프트 한도와 주당 15건 프롬프트 이용권 사이에서 고민했다. 팀원이 고객의 요청 단위가 어떻게 되는지 감이 안 온다고 솔직히 말하자, 나는 자연스럽게 답했다. "Claude한테 돌려보면서 세팅하는 게 좋을 듯! 우선 세 가지 가격 모델 만들어서 공유해줘."
이 대화가 이상하지 않은 조직이라면, AI 전환의 핵심 지점을 이미 통과한 것이다. 2023년만 해도 "AI한테 돌려봐"라고 하면 "무슨 말이야?"라는 반응이 돌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팀은 "알겠어요, AI로 돌려보고 공유할게요"라는 답이 자연스럽다. 1년 만에 업무 언어 자체가 바뀌었다.
과거와 현재의 극명한 차이
같은 업무를 전통적 방식과 AI 협업 방식으로 비교해보면 변화의 폭이 명확해진다.
전통적 방식이었다면 이랬을 것이다. 팀장이 "시장 조사 좀 해보고, 경쟁사 가격 구조 분석해서 초안 만들어봐"라고 지시한다. 팀원은 3일 동안 자료 조사, 엑셀 작업, PPT 작성에 매달린다. 중간 보고 단계에서 "이렇게 나왔는데요..."라고 하면 팀장은 "아니, 이건 이렇게..."라며 방향을 수정한다. 재작업에 2일이 추가된다. 결과적으로 1주일 후에야 최종안이 완성된다.
전통적 방식의 문제는 시간만이 아니다. 중간 보고 단계에서 "아니, 이건 이렇게..."라는 피드백이 나온다는 것은 초기 방향 설정에서 이미 어긋났다는 의미다. 팀원은 3일 동안 열심히 일했지만, 그중 상당 부분이 헛수고가 되어버린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팀원은 "정확한 지시가 없으면 시작하지 말자"는 수동적 태도를 갖게 되고, 팀장은 "더 자세히 지시해야겠다"며 마이크로매니징에 빠진다.
AI 협업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팀장이 "Claude한테 돌려보면서 세팅하는 게 좋을 듯"이라고 말한다. 팀원은 AI와 대화하며 실시간으로 가격 모델을 탐색한다. "고객이 보통 어떤 단위로 사용하나요?" "경쟁사는 어떤 가격 구조를 쓰나요?" "우리 서비스 특성상 어떤 모델이 적합한가요?" 30분 후, 세 가지 옵션이 완성된다.
AI 협업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탐색 비용의 제로화"다. 전통적 방식에서는 "잘못된 방향으로 3일 일하면 3일을 잃는다"였다. 하지만 AI와 함께라면 "잘못된 방향으로 5분 대화하면 5분을 잃는다." 실패의 비용이 급격히 낮아지면, 실험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어진다.
10분 뒤, 팀원이 슬랙에 AI 분석 결과를 공유했다. 세 가지 가격 모델이 도출됐고, 팀원은 주당 15건 패키지가 고객 사용 패턴과 가장 잘 맞는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팀장과 다른 팀원들이 즉시 반응했고, 20분 만에 최종안이 완성됐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팀원의 판단이다. AI가 세 가지 옵션을 제시했지만, 어떤 것이 "우리에게" 적합한지는 사람이 결정했다. AI는 분석을 제공하고, 인간은 맥락에 기반한 결정을 내린다.
대화 속에 숨겨진 조직 문화의 변화
이 짧은 슬랙 대화에는 세 가지 문화적 변화가 담겨 있다. 첫째, "감이 안 와요"가 허용된다. 전통적 조직에서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는 것은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대화에서 팀원은 당당하게 "감이 안 온다"고 말했고, 팀장은 공감하며 AI를 활용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AI가 있기 때문에 "모른다"는 것이 시작점이지 끝점이 아니게 되었다.
둘째, 실험이 표준 프로세스가 되었다. "돌려보면서 세팅"이라는 표현은 완벽한 계획 없이 시작해도 괜찮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획→실행→보고"라는 전통적 프로세스가 "실험→학습→반복"으로 바뀐 것이다. 셋째, 결과물이 개인이 아닌 협업의 산물이 된다. 팀원이 공유한 결과물은 "제가 만든 것"이 아니라 "AI와 함께 만든 것"이고, 팀 전체가 함께 검토하고 발전시킨다.
무엇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나
표면적으로 보면 "AI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업무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의가 일어나고 있다. 이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AI를 도입해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
진짜 병목의 발견
많은 사람들이 AI 시대의 병목을 "프롬프트 작성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물어봐야 좋은 답이 나오는가에 집중한다. 하지만 진짜 병목은 다른 곳에 있다.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시간이 병목이 아니라, 무엇을 프롬프트할지 정의하는 것이 병목이다.
과거에는 실행 속도가 병목이었다. "이 분석 완료하는 데 3일 걸립니다", "자료 조사만 일주일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AI가 이 실행을 100배 빠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정확히 뭘 만들어야 하죠?", "고객이 정말 원하는 게 뭐죠?", "이 문제를 어떻게 구조화해야 하죠?"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AI가 대신해줄 수 없다.
정의가 명확하면 AI는 90%를 해결한다. "좋은 마케팅 전략 짜줘"라고 하면 AI도 뻔한 답을 준다. 하지만 "B2B SaaS 스타트업이 초기 MRR 1억을 달성하기 위한 6개월 로드맵을 짜줘"라고 정의하면 구체적인 답이 나온다.
이제 조직의 경쟁력은 "얼마나 빨리 실행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실행할지 빠르게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다. 내가 팀원에게 "Claude한테 돌려봐"라고 말하는 것은 "답을 찾아와"가 아니라 "함께 탐색할 재료를 빨리 만들어와", "우리가 정의를 명확히 할 수 있게 초안을 가져와"라는 의미다. AI의 결과물은 최종 답이 아니라 대화의 시작점이다.
이 변화는 업무 지시의 본질을 바꾼다. 과거의 업무 지시는 "결과물 중심"이었다. "이 작업 완성해서 가져와"라고 하면 팀원이 혼자 고민하며 3일 작업했다. AI 시대의 업무 지시는 "프로세스 중심"이다. 결과물 중심 문화에서는 3일 작업한 결과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실패"로 기록된다. 하지만 프로세스 중심 문화에서는 30분 만에 여러 옵션을 탐색하고 모두 부적합하면 바로 다른 방향을 시도한다. 실패가 학습이 된다.
매니저의 새로운 역할
AI 시대에 매니저의 정의가 바뀌었다. 과거의 매니저는 "사람에게 일을 잘 시키는 사람"이었다. 누구에게 어떤 일을 맡길지 판단하고, 진행 상황을 체크하고, 결과를 취합해서 보고했다. 하지만 AI 시대의 매니저는 "AI에게 일을 잘 시키고, 결과를 판단하는 사람"이다.
이 정의의 변화가 가져오는 파급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과거에는 "좋은 매니저"가 되려면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 필요했다. 동기 부여, 갈등 해결, 성과 관리. 이런 스킬들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전통적 매니저 역량은 사라지는가?
새로운 역량이 필요하다고 해서 전통적 역량이 무용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중요해지는 것들이 있다.
전략적 사고는 더 중요해진다. AI가 실행을 빠르게 처리하므로, 매니저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다. 방향을 잘못 잡으면 AI가 그 잘못된 방향으로 100배 빠르게 달려갈 뿐이다.
팀원 개발도 더 중요해진다. AI가 단순 업무를 처리하면 팀원들은 더 복잡한 판단과 창의적 작업에 집중하게 된다. 매니저는 팀원들이 이런 고차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코칭하고 멘토링해야 한다.
의사결정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영역이다. AI가 선택지를 만들어줄 수 있지만, 최종 결정은 매니저가 내린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리스크를 감수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 그 결정에 책임을 지는 것은 AI가 대신할 수 없다.
반면, 덜 중요해지는 것도 있다. 세부 진행 관리, 단순 보고 취합, 반복적인 품질 체크 같은 업무는 AI가 대부분 처리한다. 이런 업무에 시간을 많이 쓰던 매니저는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
매니저 없는 팀도 가능한가?
AI가 많은 관리 업무를 대체하면, 매니저라는 직책 자체가 사라지는 것 아닐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형태는 바뀌지만 본질은 남는다"다.
"관리자(administrator)"로서의 매니저는 점점 불필요해진다. 일정 관리, 진행 체크, 보고서 취합 같은 업무는 AI와 자동화 도구가 처리한다. 하지만 "리더(leader)"로서의 매니저는 더 중요해진다. 방향을 제시하고, 팀원들을 동기부여하고, 갈등을 해결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는 역할은 여전히 필요하다.
실제로 이런 변화를 실험하는 조직들이 있다. 네덜란드의 자율경영 조직 뷔르초그(Buurtzorg)는 매니저 없이 작은 자율팀으로 운영된다. 각 팀은 AI 도구를 활용해 행정 업무를 처리하고, 중요한 결정은 팀원들이 함께 내린다. 전통적 구조의 경쟁사보다 40% 낮은 비용으로 더 높은 환자 만족도를 달성한다.
조직 전환의 핵심 지표
당신의 조직이 AI 시대로 전환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표면적인 AI 도구 도입이 아니라, 실제 업무 방식이 바뀌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빠른 자가 진단
앞서 설명한 4단계 중 당신의 조직이 어디에 있는지 빠르게 진단할 수 있다. 회의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말이 무엇인지 떠올려보라. "다음 주까지 조사해서 보고"가 익숙하면 1단계, "이거 AI로 해볼 수 있을까?"가 나오면 2단계, "AI한테 돌려봐"가 자연스러우면 3단계, "보고" 대신 "공유"가 표준이면 4단계다.
많은 조직이 "우리는 AI를 도입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1단계에 머물러 있다. ChatGPT 계정을 제공하고, 사용법 교육을 한 번 했다고 해서 조직이 변하지는 않는다. 진정한 전환은 업무 방식과 조직 문화가 함께 바뀔 때 일어난다.
조직별 전환 가이드
각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이 있다.
1단계에서 2단계로: 인식의 전환
1단계에서 2단계로의 전환은 "인식의 전환"이다. 팀원들이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해볼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핵심 액션은 세 가지다. 매니저가 먼저 AI를 직접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거 내가 AI로 해봤는데" 식의 공유를 자주 한다. 작은 성공 사례를 적극적으로 전파한다.
이 단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은 "리더의 솔선수범"이다. 팀장이 직접 AI를 사용하고, 그 결과를 팀 회의에서 공유하면 팀원들의 심리적 장벽이 낮아진다. "팀장도 쓰는데 나도 써봐도 되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2단계에서 3단계로: 프로세스의 전환
2단계에서 3단계로의 전환은 "프로세스의 전환"이다. AI 활용이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조직의 표준 프로세스가 되어야 한다. 핵심 액션은 세 가지다. "AI한테 돌려봐"를 정식 업무 지시로 사용한다. AI 활용을 성과 평가에 반영한다. 모든 매니저가 AI 매니징 역량을 갖추도록 교육한다.
이 단계의 핵심은 "기대값 설정"이다. 팀원들이 "AI를 활용한 결과물을 가져오는 것"을 당연하게 기대해야 한다. "AI 없이 3일 걸리는 건 AI와 함께 3시간에 끝내야 한다"는 기대값이 조직 전체에 공유되어야 한다.
3단계에서 4단계로: 구조의 전환
3단계에서 4단계로의 전환은 "구조의 전환"이다. 수직적 위계가 수평적 네트워크로 바뀌어야 한다. 핵심 액션은 세 가지다. 매니저 간 수평적 협업 문화를 구축한다. 각 매니저가 독립적으로 AI 팀을 운영한다. 실시간 협업 도구와 프로세스를 정착시킨다.
이 단계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권한 위임"이다. 상위 매니저가 의사결정권을 하위 매니저에게 넘기고, 각 매니저가 자신의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문제다.
전환 속도를 결정하는 요인
같은 시점에 AI를 도입해도 조직마다 전환 속도가 다르다. 빠른 전환에 성공하는 조직들의 공통점을 분석하면 세 가지 핵심 요인이 보인다.
첫째, 리더십의 진정성이다. 경영진이 AI를 "트렌드"가 아니라 "생존 전략"으로 인식하는지가 중요하다. "우리도 AI 하나 해볼까"와 "AI 없이는 경쟁할 수 없다"는 완전히 다른 동력을 만든다. 전자는 형식적 도입에 그치고, 후자는 실질적 전환을 이끈다.
둘째, 실험 친화적 문화다. 실패를 처벌하는 조직은 AI 전환에 실패한다. AI 활용은 시행착오를 필요로 하는데, 실패가 두려우면 아무도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다. "해봤는데 잘 안 됐어요"가 "좋아, 뭘 배웠지?"로 받아들여지는 문화가 전환의 속도를 결정한다.
셋째, 지식 공유 시스템이다. 한 팀에서 발견한 AI 활용법이 다른 팀에 전파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기적인 공유 세션, 사내 AI 활용 가이드, 베스트 프랙티스 데이터베이스 같은 시스템이 필요하다.
새로운 일의 정의
AI 시대의 조직에서 "일을 잘한다"는 것의 의미가 바뀌었다. 이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
과거에는 "유능한 직원"이 혼자서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이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하지만 AI 시대에 이런 태도는 오히려 비효율이다. 혼자 3일 고민할 것을 AI에게 물어보면 30분이면 해결된다.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려고 일주일을 쓰는 것보다 80% 수준의 초안을 만들어 팀과 공유하고 함께 다듬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든다. 도움을 구하는 것이 약함이 아니라 현명함이 됐다.
이 변화는 개인의 업무 방식뿐 아니라 조직 구조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정보가 위에서 아래로 흐르던 위계적 구조가, 정보가 실시간으로 모든 방향으로 흐르는 네트워크 구조로 바뀐다. 보고와 승인의 단계가 줄어들고, 실험과 피드백의 속도가 빨라진다.
변화의 핵심: 속도가 아니라 방향
많은 사람들이 AI를 "더 빠르게 일하는 도구"로 이해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핵심을 놓치고 있다. AI가 가져오는 진정한 변화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속도만 빨라지면 기존 방식을 더 빨리 반복할 뿐이다. 하지만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기존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어떻게 더 빨리 할까"가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할까"를 물어야 한다.
AI가 실행을 100배 빠르게 만들었다면, 그 100배의 속도를 "더 많이 하는 데" 쓸 수도 있고, "더 좋은 것을 하는 데" 쓸 수도 있다. 전자는 번아웃으로 이어지고, 후자는 혁신으로 이어진다. 선택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오늘부터 시작하기
이 장을 읽고 "그래, 변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내일 회의에서 AI를 실시간으로 활용해보라. 논의 중에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잠깐, AI한테 물어볼게"라고 해보라. 회의 중에 AI 결과를 화면에 띄우고 함께 검토해보라. 처음에는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지만, 회의 후 추가 작업이 줄어든다. 그리고 그 경험을 팀과 공유해보라. 성공이든 실패든 "이렇게 해봤는데 이랬어요"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팀 전체의 학습이 시작된다.
매니저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무엇을 관리하는가"가 바뀐다. 사람의 시간을 관리하던 것에서, 사람과 AI가 협업하는 시스템을 관리하는 것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조직이 만들어내는 가치 자체를 관리하는 것으로. AI 도구는 누구나 쓸 수 있지만, AI와 함께 일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은 리더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