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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사람은 어디에 남아야 하는가

AX는 사람을 모두 없애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남아야 할 위치를 다시 정하는 일이다.

작업자에서 검수자, 예외처리자, Agent 운영자, 업무 설계자로 이동하는 인력 전환을 다룬다.

중간 작업자의 감소

트럭이 전체 노선을 달리기 시작하면 100미터마다 서 있던 사람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이 말은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다. AI도 마찬가지다. 자료를 단순히 옮기고, 형식을 맞추고, 반복 문장을 만들고, 시스템 사이를 복사해 붙이는 역할은 줄어든다. 회사가 이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조직은 더 큰 불신을 갖는다.

하지만 사람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위치가 바뀐다. 트럭에는 운전자가 필요하고, 양 끝에는 상하차 인력이 필요하고, 전체 노선을 보는 배차와 관제가 필요하고, 차량 정비와 안전관리도 필요하다. AI 운영에서도 데이터 준비, 검수, 승인, 예외처리, 고객관계, 품질관리, 권한관리, Agent 개선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사람 중심”이라는 말을 감상적으로 쓰지 않는 것이다. 사람이 모든 중간 단계를 계속 붙잡고 있으면 AX는 실패한다. 진짜 사람 중심은 사람이 더 가치 있는 위치로 이동하는 것이다.

검수자의 시대

AI가 초안을 만들수록 좋은 검수자의 가치는 올라간다. 검수자는 단순히 맞춤법을 보는 사람이 아니다. 회사의 판단 기준을 알고, 고객 리스크를 알고, 데이터 출처를 확인하고, AI가 그럴듯하게 틀린 지점을 잡아내는 사람이다. 예전의 작성 능력보다 결과 판단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

좋은 검수자는 AI에게 피드백을 남긴다. 단순히 문서를 고치고 끝내지 않는다. 왜 틀렸는지, 어떤 자료가 부족했는지, 어떤 표현이 위험했는지, 다음에는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지 기록한다. 이 피드백이 쌓이면 Agent는 개선되고 조직 지식은 사람 머릿속에서 시스템으로 이동한다.

기업은 검수를 새로운 직무로 인정해야 한다. “AI가 했으니 사람이 대충 보면 된다”가 아니다. 오히려 초기에는 검수 역량이 AX 품질을 결정한다.

예외처리자의 가치

AI는 반복 패턴에 강하다. 하지만 기업 업무의 중요한 순간은 예외에서 생긴다. 고객이 평소와 다른 요청을 한다. 계약 조항이 표준에서 벗어난다. 데이터가 서로 맞지 않는다. 담당자가 휴가 중이다. 외부 파트너가 약속을 바꾼다. 이런 순간에는 사람이 필요하다.

예외처리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일 뿐 아니라 예외를 분류하는 사람이다. 이번 예외는 앞으로도 반복될 것인가. 반복된다면 규칙으로 만들 수 있는가. 반복되지 않는다면 사람 판단으로 남겨야 하는가. 위험도가 높다면 승인 단계를 올려야 하는가. 이 판단이 AX 운영을 성숙하게 만든다.

많은 회사에서 숙련자는 새 구조의 예외처리자로 전환될 수 있다. 그들이 가진 암묵지는 사라질 지식이 아니라 구조화되어야 할 지식이다. 단, 그 암묵지를 무기로 기존 방식을 계속 유지하려 하면 전환은 막힌다.

Agent 운영자와 업무 설계자

새로운 조직에는 Agent 운영자가 필요하다. 이 사람은 모델을 연구하는 개발자와 다르다. 업무 흐름을 이해하고, Agent가 어떤 데이터를 읽고 어떤 도구를 쓰며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 관리하는 사람이다. 실패 로그를 보고 개선점을 찾고, 현업 피드백을 반영하고, 권한과 비용과 품질을 함께 본다.

또 하나 필요한 역할은 업무 설계자다. 업무 설계자는 기존 프로세스를 그대로 자동화하지 않는다. AI가 있다면 시작점과 끝점이 어떻게 바뀌는지, 어떤 작업이 하나로 묶이는지, 사람은 어디서 개입해야 하는지 새로 그린다. 기업 AX의 핵심 인재는 프롬프트를 잘 쓰는 사람을 넘어, 일의 구조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이다.

리더는 인력 전환을 교육 프로그램으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 역할 정의, 평가 기준, 승진 경로, 권한, 책임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 사람의 위치가 바뀌지 않는 AX는 결국 도구 도입으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