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목차

8장

AI 사이즈 회사의 로드맵

진단, 재설계, 파일럿, 운영화, 확산, 사업전환까지 실제 기업이 따라갈 수 있는 실행 순서.

책 전체의 논지를 실무 로드맵으로 정리한다. 단, 체크리스트보다 줄글 중심으로 각 단계의 판단 기준을 설명한다.

첫 2주: 기존 릴레이를 그린다

AX의 첫 2주는 기술 도입 기간이 아니라 관찰 기간이어야 한다. 부서별로 반복 업무를 모으고, 업무의 시작과 끝을 묻고, 자료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고, 누가 판단하고 누가 승인하는지 본다. 이때 중요한 것은 공식 프로세스 문서보다 실제 일하는 방식이다. 사람들은 문서대로 일하지 않는다. 메신저로 묻고, 이메일을 뒤지고, 예전 파일을 복사하고, 담당자에게 전화한다.

이 기간의 산출물은 업무 목록이 아니라 업무 지도다. 입력, 처리, 판단, 승인, 기록, 예외, 대기 시간이 보여야 한다. 특히 병목을 표시해야 한다. 자료 준비에서 막히는가. 검토에서 막히는가. 승인에서 막히는가. 시스템 등록에서 막히는가. 고객 답변에서 막히는가. 병목은 나중에 AI가 들어갈 자리가 아니라, 업무 단위를 다시 묶어야 할 힌트다.

3~4주: AI 기준 새 노선을 설계한다

다음 2주는 재설계 기간이다. 기존 흐름 위에 AI를 붙이지 말고 빈 화면에서 다시 그린다. 이 업무의 최종 성과가 무엇인지 묻고, AI가 처리할 수 있는 범위를 크게 잡아본다. 사람은 어디서만 개입하면 되는지, 어떤 입력이 자동으로 들어와야 하는지, 어떤 시스템에 기록되어야 하는지 정한다.

이때 파일럿은 하나만 고르는 것이 좋다. 여러 부서에 작게 뿌리면 또 100미터 트럭이 된다. 대신 작지만 완결된 하나의 노선을 만든다. 예를 들어 고객 문의 처리, 영업 미팅 후속 조치, 주간 경영 보고, 계약 검토 요청, 채용 서류 1차 정리처럼 시작과 끝이 명확한 업무가 좋다.

설계 문서에는 Agent 역할, 사람 검수 지점, 승인 기준, 금지 행동, 실패 시 멈춤 조건, 데이터 출처, KPI가 들어가야 한다. 이 정도가 정리되지 않으면 아직 운영 파일럿이 아니라 데모다.

5~8주: 실제 데이터로 운영한다

파일럿은 반드시 실제 데이터와 실제 사용자를 만나야 한다. 깨끗한 예시 파일로는 아무것도 검증되지 않는다. 실제 업무에는 누락, 오타, 예외, 오래된 문서, 이상한 요청, 급한 일정, 담당자의 휴가가 있다. 이것을 만나야 Agent가 운영 단위가 된다.

운영 기간에는 매주 개선해야 한다. AI가 틀린 답을 냈다면 단순히 사람이 고치고 끝내지 않는다. 왜 틀렸는지 기록한다. 데이터가 부족했는지, 기준이 모호했는지, 권한이 없었는지, 프롬프트가 약했는지, 사람이 승인해야 할 예외였는지 분류한다. 이 분류가 쌓이면 회사의 AX 자산이 된다.

성과는 숫자로 본다. 처리 시간, 대기 시간, 재작업률, 오류율, 고객 응답 속도, 담당자당 처리량, 승인 리드타임을 기존 방식과 비교한다. 감탄보다 숫자가 중요하다. “좋아 보인다”는 확산의 근거가 될 수 없다.

9~12주: 운영 모델로 고정한다

파일럿이 성공했다면 다음 질문은 “더 많은 AI를 붙일까”가 아니다. “이 흐름을 누가 운영할 것인가”이다. Agent 운영자, 검수자, 승인자, 예외처리자, 데이터 관리자, 보안 담당자가 정해져야 한다. 장애가 났을 때 어디로 알림이 가는지, 잘못된 답이 나갔을 때 누가 고치는지, 비용이 늘 때 누가 판단하는지 정해야 한다.

운영 모델이 정해지면 교육도 달라진다. 전 직원 프롬프트 교육이 아니라 해당 업무의 새 역할 교육을 해야 한다. 검수자는 무엇을 봐야 하는가. 승인자는 어떤 예외만 봐야 하는가. 실무자는 AI가 멈췄을 때 어떻게 넘겨야 하는가. 관리자는 어떤 대시보드를 봐야 하는가.

이 단계에서 KPI와 평가 기준도 바뀐다. 작업량이 아니라 처리량과 품질, 보고서 양이 아니라 의사결정 속도, 사람 관리가 아니라 흐름 관리가 중요해진다.

6개월: 확산과 사업모델 질문

90일 파일럿이 끝나면 6개월 로드맵을 만든다. 성공한 파일럿을 그대로 복사하지 않는다. 그 파일럿에서 얻은 원칙을 다른 업무에 맞게 적용한다. 어떤 업무는 검색형 Agent가 필요하고, 어떤 업무는 작성형 Agent가 필요하고, 어떤 업무는 처리형 Agent가 필요하고, 어떤 업무는 판단보조형 Agent가 필요하다. 실행형 Agent는 위험도와 승인 구조가 준비된 뒤에 가야 한다.

동시에 사업모델 질문을 시작해야 한다. 이 AX 역량으로 고객에게 새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내부에서 만든 Agent 운영체계가 외부 서비스가 될 수 있는가. 기존 고객에게 상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 더 작은 단가로 더 많은 고객을 받을 수 있는가. 더 높은 단가로 더 깊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

AX의 마지막은 “AI를 많이 쓰는 회사”가 아니다. “AI가 있다는 전제에서 업무와 조직과 사업을 다시 정의한 회사”다. 사람 사이즈 회사에서 AI 사이즈 회사로 넘어가는 일은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의 문제다.

마지막 문장

트럭을 100미터마다 세우면 회사는 더 비싸지고 복잡해진다. 트럭을 기준으로 노선과 창고와 사람의 역할을 다시 설계하면 회사는 다른 규모의 사업을 한다. AI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에게 AI를 나눠주는 회사는 잠깐 편해질 수 있다. AI 기준으로 업무와 조직과 사업을 다시 설계하는 회사는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