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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100미터 릴레이는 왜 합리적이었나

AX의 첫 단계는 기존 업무를 비웃는 것이 아니라, 기존 업무가 어떤 제약 안에서 최적화되었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사람 사이즈 워크플로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기존 조직의 강자들이 왜 실제로 회사를 지탱했는지 분석한다.

사람의 한계가 만든 업무 단위

기업의 업무는 처음부터 비효율적으로 설계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업무는 사람의 기억력, 주의력, 체력, 관계 능력, 책임 부담을 기준으로 나뉘었다. 한 사람이 모든 자료를 찾고, 고객과 통화하고, 보고서를 쓰고, 결재를 받고, 시스템에 등록하고, 후속 조치까지 처리하면 지친다. 그래서 회사는 일을 나눈다. 자료를 찾는 사람, 정리하는 사람, 검토하는 사람, 승인하는 사람, 고객에게 말하는 사람이 생긴다.

이 분업은 사람에게 맞는 안전장치다. 한 사람의 실수를 다른 사람이 잡는다. 중요한 결정은 경험 많은 사람이 본다. 주니어는 반복 업무를 하며 배운다. 팀장은 전체 흐름을 감시한다. 담당자는 자기 구간의 예외를 몸으로 익힌다. 그래서 100미터 릴레이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조직의 기본 원리다. 사람의 한계를 기준으로 업무를 잘게 나누고, 그 사이에 책임과 검토를 배치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구조가 너무 오래 성공했다는 데 있다. 성공한 구조는 스스로 정당성을 만든다. “우리는 원래 이렇게 한다”는 말이 생기고, 시스템은 그 방식에 맞춰 붙고, 평가제도도 그 방식의 강자를 보상한다. 그러면 나중에 더 큰 기술이 와도 조직은 기존 100미터 단위를 자연스럽게 유지하려 한다.

기존 조직의 에이스

릴레이 조직에는 에이스가 있다. 스타트가 빠른 사람, 박스를 놓치지 않는 사람, 비가 와도 자기 구간을 안정적으로 뛰는 사람, 앞사람이 늦어도 타이밍을 맞춰 흐름을 살리는 사람이다. 기업에도 같은 에이스가 있다. 엑셀을 누구보다 빠르게 다루는 사람, 사내 자료가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 결재자의 취향을 아는 사람, 고객의 말을 듣고 위험한 민원을 감으로 구분하는 사람, 시스템과 시스템 사이를 손으로 연결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회사의 공식 프로세스보다 이들의 비공식 지식이 일을 더 많이 굴린다. ERP에는 최신 상황이 없지만 담당자는 알고 있다. 규정집에는 예외가 없지만 팀장은 알고 있다. 회의록에는 맥락이 없지만 오래된 실무자는 알고 있다. AI 도입에서 가장 어려운 지점은 바로 여기다. 회사의 진짜 운영 지식이 문서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에게 붙어 있다.

그래서 기존 에이스의 저항은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실제로 회사를 지탱해왔다. 그들의 말처럼 업무는 단순하지 않다. AI가 들어오면 그 복잡함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복잡함이 어디에 기록되고 어떤 방식으로 검증될지가 바뀐다. 기존 에이스를 무시하면 AX는 실패한다. 하지만 기존 에이스의 방식에만 맞추면 AX는 시작되지 않는다.

실무 진단의 첫 질문

기업 AX를 시작할 때 첫 질문은 “어디에 AI를 넣을까요?”가 아니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이 업무는 왜 이렇게 나뉘어 있습니까?”이다. 누가 입력을 만들고, 누가 판단하고, 누가 책임지고, 누가 승인하고, 어디서 기다림이 발생하는지 봐야 한다. 겉으로는 단순한 보고서 작성도 실제로는 자료 접근권, 고객 맥락, 상사의 우선순위, 과거 의사결정, 법무 리스크, 브랜드 톤이 엮여 있을 수 있다.

실무에서 우리는 업무를 볼 때 세 가지 층으로 나눈다. 첫째, 화면에 보이는 작업이다. 문서를 만들고, 파일을 붙이고, 메일을 보내고, 시스템에 입력하는 행위다. 둘째, 작업 뒤의 판단이다. 무엇을 중요하게 볼지, 무엇을 빼야 할지, 어떤 표현이 위험한지 결정하는 기준이다. 셋째, 판단 뒤의 책임이다. 결과가 틀렸을 때 누가 고치고, 누가 설명하고, 누가 고객 앞에 서는지다.

AI는 첫 번째 층을 빠르게 바꾼다. 하지만 둘째와 셋째 층을 재설계하지 않으면 조직 전체는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AX 진단은 작업 목록이 아니라 책임 구조를 읽는 일이다.

리더를 위한 장 끝 질문

이 장을 읽은 리더는 자기 조직에 이렇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어떤 100미터 릴레이를 운영하고 있는가. 그 릴레이는 과거에 왜 합리적이었는가. 그 구조에서 누가 에이스였는가. 회사의 중요한 지식은 문서에 있는가, 시스템에 있는가,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가. 우리가 AI로 바꾸려는 것은 작업인가, 판단인가, 책임인가.

이 질문 없이 AI 도입을 시작하면 기업은 기존 구조의 표면만 자동화한다. 그러면 처음에는 멋져 보이지만 곧 더 복잡해진다. 좋은 AX는 기존 업무의 존엄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바로 그 존엄 때문에, 기술이 바뀐 지금 업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말한다.